노후화력 폐쇄…"미세먼대 특별대책 미봉책"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하며 경유값 인상 논란으로 촉발된 미세먼지 갈등이 일단락됐다. 노후 발전소 관리감독 강화 등 정부가 제시한 대책도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일 환경운동연합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확대 계획에 대한 재검토 없는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발표한 미세먼지 대책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의 석탄화력발전 확대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지 않는 가운데 노후 설비만 표적으로 삼는 대책은 미세먼지에 인한 건강피해를 악화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세먼지 문제를 악화시키는 원인은 석탄을 비롯한 화석연료 소비를 부추긴 정부의 정책 실패에 있다"며 "노후 발전소를 일부 축소하더라도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 확대 계획에 따라 미세먼지 배출량이 크게 치솟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산업부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석탄화력발전소 확대 계획을 승인했다. 약 20기의 신규 석탄화력발전 계획이 잡혀있는 셈이다.
반면 축소 대상으로 지목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상당수는 기존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이미 폐지하기로 결정된 설비에 해당한다.
연합측은 "소규모 노후 발전소가 폐지되는 부지에 새로운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를 가동하겠다는 정부 대책은 '눈 가리고 아웅'식에 불과하다"며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졸속적 발표가 아닌 사회적 공론화를 통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위기로 석탄화력발전은 더 이상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며 "신규 석탄화력발전 계획을 전면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노후 발전소 10기의 발전설비용량은 3345MW인 반면 신규 석탄발전소 20기는 1만8100MW로 노후 발전소의 약 6배에 달한다. 이에 노후 발전소 폐쇄의 효과를 기대하려면 최소한 발전설비용량이 8420MW인 9기의 증설 계획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설비 용량이 대규모인 11기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가 올해 혹은 내년 운전을 시작할 예정이고, 추가로 9기를 계획대로 건설한다면 총 초미세먼지 배출 규모는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린피스 측은 "정부의 종합대책은 전반적으로 석탄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려는 의지가 매우 약해 보인다"며 "석탄발전소를 포기하지 않고 대기 오염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여전히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반증"이라고 밝혔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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