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곳곳 예술품 전시·유명작가 개인전 별도 공간 마련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고객에게 새로운 즐거움과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지속 발굴해야 한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최근 그룹임원회의에서 '새로운 콘텐츠 개발'을 주문했다. 연초 임원회의 때 언급한 경쟁사들과 다른 고객 유입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정 회장의 이같은 주문은 소비침체로 고전을 겪고 있는 백화점업계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카드'가 필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온라인 시장이 확대되면서 백화점 매출의 근간인 오프라인 점포의 수익성은 악화됐고, 홈쇼핑,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등 유통채널이 다양해져 생존경쟁은 보다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 회장이 꺼내든 카드는 예술ㆍ문화를 접목시킨 '아트경영'이다. 백화점에 와야 하는 이유를 단순한 목적인 '상품 구매'에서 '문화 체험'으로 확장한 것. 현대백화점은 정 회장의 주문에 따라 매장 곳곳에 예술품을 전시하고, 유명 예술가들의 개인전을 별도의 공간에서 운영 중이다. 고객들이 물건을 사면서 자연스럽게 미술 문화 트렌드를 읽는 등의 콘텐츠 체험을 병행할 수 있게 한다는 의도에서다.
정 회장의 카드는 적중했다.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이틀간 진행한 제 1회 코리아 아트&페어가 대표적이다. 아트페어는 대한민국 대표 예술작가들의 작품 1500여점을 백화점 전층에 전시했다. 전시된 작품 평가액은 100억원 수준으로 백화점을 갤러리로 만든 시도는 처음이었다. 이 기간동안 현대백화점 방문고객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진행한 문화홀 행사 대비 27% 늘었다. 이는 매출로 이어져 전년 동기 대비 24% 신장세를 기록했다.
장교순 현대백화점 패션사업부장(상무)은 "문화 예술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내 패션기업들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이종(예술ㆍ패션)분야 간 협업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백화점측에서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23일까지 무역센터점 11층 갤러리H에서 '한국화가 류재춘 초대전(展)'을 진행한다. 류재춘 화가는 한국 수묵 산수화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는 인물이다. 갤러리H에는 류재춘 화가의 작품 16점이 전시되며, 대표적인 작품은 묵산, 산운 등이다.
현대백화점의 아트경영은 내수 경기 침체로 부침을 겪고 있는 국내 패션 브랜드, 신진 작가들에게는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기회도 됐다. 기간동안 국내 패션 브랜드는 유명 작가들과 손잡고 협업 상품을 만들어 한정판매했고, 신진작가들은 일평균 5만명 이상의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백화점 공간에서 작품을 소개했다. 국내 패션 브랜드에게는 새로운 가치 부여의 기회, 예술가에게는 대중과의 소통의 기회였다고 회사측은 평가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모바일을 포함한 온라인 시장규모가 확대되고, 유통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업체를 넘어 업태의 생존을 위해 차별화된 경쟁력 요소확보가 필요했다"며 "백화점을 단순 소매판매점이 아닌 '콘텐츠 체험 공간'으로 변모하려는 시도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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