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수원)=이영규 기자] 염태영 수원시장이 2일 전국 226개 자치단체장에게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에 맞서 한국의 지방자치를 지키는 일에 동참해 달라는 서한문을 발송했다. 염 시장은 전국 시장ㆍ군수ㆍ구청장 협의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염 시장은 이날 A4용지 4쪽 분량의 서한문에서 "정부가 극단적인 세수 사례를 들어 부자 지자체와 가난한 지자체로 편을 가르고, 지방재정의 위기가 마치 전국의 기초지자체 중 겨우 6개뿐인 불교부단체 때문에 발생한 것처럼 포장해 6개 시의 예산을 빼앗아 전국의 지자체에 나눠주면 문제가 없다는 식의 얄팍하고 비열한 논리로 우리 지자체들을 갈라치기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정부안대로라면 수원시는 내년도 예산에서 조정교부금만으로도 800억∼900억원이 줄고, 법인지방소득세의 공동세화까지 반영되면 그 액수는 더 늘어난다. 6개 지자체에서만 총 8000억원 이상 감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염 시장은 이어 "다른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수원시도 국ㆍ도비 5억∼10억원 사업예산을 따오려고 담당부서가 중앙부처나 도청을 문턱이 닳도록 쫓아다녀야 하는 실정인데, 도대체 어떻게 단번에 시행령 개정만으로 900억원 가까운 세수를 쳐내겠다는 발상을 할수 있는 지 모르겠다"면서 "정부는 이렇게 충격적인 예산 삭감을 당하는 기초지자체의 입장을 손톱만큼이라도 헤아려 봤는지 되묻고 싶다"고 밝혔다.
염 시장은 지난 20년간 기초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 평균이 50%에서 25% 수준으로 떨어지고, 재정자립도 50% 미만 기초자치단체가 전체의 95%에 이르게 된 비참한 현실은 6개 불교부단체의 탓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재정의 어려움은 국고보조사업의 일방적 확대와 국가사무의 지방이양, 사회복지사업의 급증과 감세정책에 의한 지방세수 감소 등에 근본원인이 있다"면서 "정부가 이미 약속한 지방소비세 확대, 지방교부세율 상향 조정, 지방세 비과세ㆍ감면 축소 등 지방재정 확충 약속을 먼저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염 시장은 끝으로 "자치단체장들의 공감과 협력만이 지방자치가 마주한 위기를 기회로 되돌리는 희망"이라며 "한국의 지방자치를 지키는 일에 함께 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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