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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흑설공주, 신데헬 그리고 뮤지컬 위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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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흑설공주, 신데헬 그리고 뮤지컬 위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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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9일까지 대구·7월12일부터 서울 공연

못생겨서 악인으로 오해받는 초록마녀
예쁘지만 철없는 공주병 환자 금발마녀
두 여인의 스토리 통해 선악의 고정관념 깨


엘파바 역엔 복면가왕 캣츠걸 차지연
작품 대표곡인 '중력을 벗어나' 완벽 소화
글린다 역은 정선아, 3년 만에 다시 맡아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미녀는 선(善)하고 추녀는 악(惡)하다.' '여성의 행복은 남편의 권력이 결정한다.' '계모는 악녀다.' 백설공주를 비틀면 외모지상주의가, 신데렐라를 뒤집으면 남성의존적 여성이 보인다. 고전 동화는 읽는 이로 하여금 은연중에 여성, 권력, 부에 관한 편견과 차별을 갖게 한다.

이에 반발해 1990년대 서구 문학계에는 '동화 새롭게 읽기' 바람이 불었다. 여성학자 바바라 G. 워커가 1996년에 쓴 '흑설공주 이야기(Feminist fairy tales)'는 '백설공주'의 이야기를 비튼 '흑설공주', '신데렐라'를 뒤집은 '신데헬', '미녀와 야수'를 고쳐 쓴 '못난이와 야수' 등 다채로운 상상력을 동원한 이야기로 고전동화의 공식을 무너뜨렸다.


'도로시가 오즈에 떨어지기 전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레고리 맥과이어(62)의 소설 '위키드'도 '오즈의 마법사'를 뒤집은 작품이다. 지난 2012년 여섯 권짜리 전집으로 번역되어 우리나라에도 번역 출간되었다. 맥과이어는 "사람들이 어떻게 나쁜 인물을 만들어내는지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리뷰] 흑설공주, 신데헬 그리고 뮤지컬 위키드 뮤지컬 위키드(사진=설앤컴퍼니 제공)


작가는 선악의 고정관념을 뒤엎는다. 착한 마녀인 줄 알았던 글린다는 철없는 공주병 환자였고, 사악한 마녀로 알려진 '엘파바'는 초록색 피부 때문에 오해를 받는 착한 마녀인데 독재자 오즈의 마법사에 맞서 싸우다 억울하게 악인으로 몰렸다는 것이다. '위키드'의 상상력은 브로드웨이가 히트작을 만들어 내는 무기가 됐다.


2003년 10월 미국 거쉰극장에서 초연한 뮤지컬 '위키드'는 브로드웨이에서 12년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 있다. 영국, 호주, 일본, 브라질 등에서 관객 4900만명을 모으며 전 세계에 '초록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오페라의 유령'과 '라이온킹'에 이어 브로드웨이 사상 최단기간 흥행매출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국내에선 2012년 9월 브로드웨이 버전이 무대에 오른 뒤 2013년 11월 한국어 버전으로 11개월간 장기 흥행했다.


그 '위키드'가 돌아왔다. 내달 19일까지 대구에서 공연한 뒤 오는 7월12일 서울에서 막을 올린다. 지난 20일 대구 신당동 계명아트센터에는 '8to80(여덟 살부터 여든 살까지)'이라는 위키드 흥행 원칙에 걸맞게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이 찾았다. 한 관객이 "방구대장 뿡뿡이 급"이라고 농담 삼아 말 할 정도로 엄마와 함께 손잡고 온 어린이 관객들이 눈에 자주 띄었다. 이날 '엘파바'는 뮤지컬 배우 차지연(34)이, '글린다'는 정선아(32)가 맡았다.


조명이 꺼지자 길이가 12.4m나 되는 거대한 용이 객석을 집어삼킬 듯 천장에서 포효했다. 위키드의 상징 중 하나인 '타임 드래곤'이다. 곧 보석만큼이나 환히 반짝이는 오즈의 나라가 펼쳐지고 글린다와 그를 따르는 시민들이 등장한다. "나쁜 마녀와 글린다가 친구였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인가요?" 사람들의 물음에 글린다는 옛날을 회상하고, 무대는 글린다와 엘파바가 '쉬즈 대학'에 다니던 학창시절로 옮겨간다.


뮤지컬은 소설의 상상력을 가져오는 한편 천 페이지가 넘는 원작을 2시간5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담기 위해 엘파바와 글린다의 우정을 중심으로 내세운다. 전혀 다른 두 마녀가 어떻게 친구가 되고 나쁜 마녀와 착한 마녀라는 선입견이 생겼는지 흥미롭게 풀어낸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엘파바'와 '글린다'의 궁합이 '위키드' 공연의 성패를 가를 수밖에 없다.


[리뷰] 흑설공주, 신데헬 그리고 뮤지컬 위키드


첫 공연 몇 시간 전 만난 차지연은 연신 손톱을 물어뜯을 정도로 초긴장상태였다. '레베카', '모차르트', '아이다' 등 대작에 연이어 출연하고 MBC 예능 '복면가왕'에서 '캣츠걸'로 수많은 가수들과 경연한 스타도 첫 공연을 앞둔 공포증을 떨치기가 어려웠다. 인터뷰 도중 눈물을 톡 터뜨리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임신 중에 장기간 지방공연이 쉽지 않았을 터. 게다가 모든 관객이 그가 부를 '중력을 벗어나(Defying Gravity)'를 기대하고 있음을 본인도 알고 있었다. 차지연은 "이렇게 겸손해지고 낮아지기는 데뷔 10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이날 공연에서 그는 안정적이고 힘 있는 모습을 보여줘 '역시 차지연'이란 평을 들었다.


정선아는 차지연에 비해 한결 편안해보였다. 2013년 공연에 이어 글린다 역을 다시 맡은 그는 "그때는 온몸에 모래주머니를 붙인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뺀 느낌"이라며 "3년이란 시간이 괜히 흐르는 게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위키드' 연습은 혹독하기로 소문나 있다. 장면전환만 무려 쉰네 번. 그 속에서 동선과 손동작, 시선 등 모든 것이 매뉴얼화되어 있다. 지난 공연에 출연한 옥주현(36)이 '호랑이 연출' 리사 리구일로의 지적에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실제로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글린다가 부르는 '파퓰러(Popular)'를 검색해보면 미국, 영국 가릴 것 없이 똑같은 장면이 연출됐음을 알 수 있다. 글린다 역을 맡은 신참 아이비(34)는 "처음엔 '배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구나' 하는 답답함이 있었지만 연습을 거듭하며 틀을 점차 이해해가고 있다"고 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교수(47)와 제작팀은 '위키드'를 조금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조언을 했다. 원 교수는 "우리나라 관객에게 '오즈의 마법사'는 '흥부와 놀부'처럼 완전히 익숙한 동화가 아니다"며 "'오즈의 마법사'를 제대로 읽은 뒤 공연을 감상하면 원작을 뒤집는 작은 포인트까지 잡아내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배우들의 의상을 관찰하는 재미도 적지 않다. 무대에 등장하는 의상은 350여 벌이며 제작비만 40억 원이 들었다. 특히 모리블 학장의 의상은 디자이너 수잔 힐퍼티가 심혈을 기울인 작품으로 그 가치가 수천만 원에 이른다. 글린다가 수천 개의 비누방울을 뿜는 버블 머신을 타고 내려올 때 입는 버블 드레스는 무려 한 달간 수작업으로 만들었는데 무게가 20㎏이라고 한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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