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가능성에 잇따라 빨간불…“느스한 구조조정 더는 안돼” 우려도
[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신청이 임박한 가운데 KDB산업은행ㆍ수출입은행이 주채권은행인 나머지 자율협약 9개 기업의 운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제침체를 넘어 산업경쟁력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자율협약과 같은 느슨한 기업구조조정은 더이상 안된다는 데 채권단과 정부가 목소리를 같이하고 있어서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 동부제철과 DK아즈텍은 자율협약 상태에서 각각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과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이른바 탈(脫)자율협약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26일 채권단에 따르면 현재 KDB산업은행ㆍ수출입은행과 자율협약을 맺은 기업은 STX조선, STX중공업,㈜STX, STX엔진, 성동조선, 대선조선, TCC동양, 신성솔라에너지, 바오스, 엔진텍 등 10개사다. 이 가운데 STX조선은 2013년 4월에 자율협약에 들어간 후 3년만인 이달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다. 채권단의 실사 결과 31일까지 결제해야 하는 자금 1000억여원을 자체 능력으로 막을 수 없어 부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STX조선해양의 남은 금융채무는 총 5조9000억원 규모로 산은이 3조원, 수은이 1조3500억원, 농협은행이 7700억원 등이다. 채권단 여신 중 선수금환급보증(RG)은 1조2000억원 가량이다. 이에 연쇄적으로 STX중공업 등 일부 관계사도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STX조선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 STX중공업의 지난해 매출 1조원 중 약 24%(2400억원)는 STX조선을 포함한 계열사에서 벌어들였다. ㈜STX도 STX조선이 건조 중인 선박에 이행보증을 제공하고 있어 건조가 무산되면 보상액을 지불해야 한다. STX엔진, STX중공업, ㈜STX 등 관계사들의 금융권 채권액은 3조원이 넘는다.
2010년 자율협약에 들어간 성동조선과 대선조선도 법정관리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다. 채권단은 이달 말까지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전성 검사) 결과를 금융감독원에 보고하는데 이 결과에 따라 법정관리를 결정 할 것으로 알려졌다. 성동조선은 삼성중공업과 경영협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올해 이후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하면서 회생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추가 수주가 없을 경우 내년 이후에는 더이상 건조할 배가 없어 야드가 텅텅 비게 된다. 채권단은 3곳의 조선소 작업장 중 1곳을 폐쇄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출입은행이 성동조선에 그동안 지원한 자금규모는 대출 1조3542억원, RG(선수금환급보증) 9931억원을 포함해 2조3473억원에 달한다.
=대선조선은 생산공정을 일원화해 ▲소형 탱커 ▲컨테이너선 ▲여객선에 특화한 조선사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지만 경영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은 158억원 적자다.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인 표면처리강판 전문업체 TCC동양은 지난해 6월 자율협약을 개시했다. TCC동양의 1분기 매출액은 778억91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7% 감소한 상황이다. 금융권 채권액은 2177억원 규모다.
태양광전문기업 신성솔라에너지는 2013년 자율협약에 들어가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이다. 주력 고객사인 미국 선에디슨이 파산보호 신청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선에디슨과 맺은 대규모 태양전지 공급 계약이 해지돼 제품을 생산해도 팔 곳이 없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다만 플렉스트로닉스란 새로운 대형 거래처를 개척했다. 금융권 채권액은 1074억원이다.
수출입은행이 주채권은행인 LED도광판업체 바오스는 부채비율이 900%선까지 상승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다가 2014년 자율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업황 악화 등으로 기업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 채권액은 683억원 규모다.
가스차량용 엔진 전문개발업체 엔진텍은 2014년 자율협약을 개시했다. 금융권 채권액은 158억원이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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