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징 롯데마트, 개점 8년 만에 리뉴얼…도심형 프리미엄 마트 변신
23억원 투입 한국 백화점 같이 고급화
하루 5000여명 북적, 첫날 매출 41만위안…전년比 120% 급증
특가 쿠쿠밥솥 80개 중 60개 첫날 불티
카르푸 등 글로벌 브랜드와 한판 대결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중국 베이징의 '코리아타운' 왕징(望京)은 전 세계 내로라하는 대형 마트 간 혈전이 치열하기로 유명하다. 2008년 문을 연 한국의 롯데마트를 중심으로 프랑스 카르푸, 미국 월마트가 진출해 있고 중국 우메이(物美)·궈수하오(果蔬好) 등 로컬 기업이 진입장벽을 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 틈바구니에서 실적 악화로 고군분투하던 왕징 롯데마트가 8년 만에 처음으로 리뉴얼 단장을 하고 25일 공식 재개장했다. 첫날 찾은 롯데마트 왕징점은 한국의 백화점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박세호 롯데마트 베이징법인 총경리는 "중국에서는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도심형 프리미엄 매장 콘셉트로 리모델링을 추진했다"며 "중국의 새로운 소비 문화를 겨냥한 다양하면서도 품질 좋은 상품군으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총 1300만위안(약 23억원)을 과감히 투입한 이번 리뉴얼 작업은 밤낮으로 쉴 틈 없이 진행해 한 달 보름 만에 속전속결로 마무리지었다.
재개장 첫날 성적표는 'A급'이었다. 하루 5000여명이 다녀간 매장은 밤 늦게까지 북적였고 41만위안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0% 증가한 수치다. 박 총경리는 "몇 년 전부터 월평균 매출이 1000만위안에도 못 미쳤는데 리뉴얼 이후 목표치를 1500만위안으로 올려 잡았다"고 말했다.
생활용품을 비롯한 각종 품목 수를 늘리고 수입상품 매장을 확대하는 등 상품군을 재배치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덕분에 고객 1인당 평균 매입액(객단가)은 82위안으로 전년 동기보다 20% 올랐다. 특히 수입식품 매출은 8000위안으로 10배가 늘었다.
관리 미흡으로 실적이 뚝 떨어졌던 신선식품과 어패류 코너에도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져 120%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 특가에 내놓은 쿠쿠밥솥은 첫날 준비한 80개 물량 중 60개가 팔려 개장 이틀 만에 완판됐다.
마트 북문 쪽에는 지하철역이 가깝고 직장인 유동인구가 많은 점을 감안한 상품 배열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을 위해 편의점식 판매대에 식음료를 준비했고 현장에서 빚고 튀긴 만두, 치킨과 베이커리 등 간편한 먹을거리 코너를 만들었다.
한국식 즉석 조리 식품 코너는 이번 리뉴얼의 야심작이다. 이달 초 한국 본사에서 셰프 출신의 즉석 식품 트레이너가 열흘간 파견 와 메뉴 개발은 물론 현지 직원 교육까지 맡아 탄생한 작품이다. 이날만 한국 조리 식품은 2500위안, 직영 베이커리 매장에서는 4000위안의 판매고를 올렸다.
배달 문화가 자리 잡은 중국에서 배송 서비스를 아직 시작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징동닷컴(京東商城·JD.com)을 통해 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하면 배송이 가능하지만 매장에서 구입한 경우에는 직접 물건을 들고 가야 한다. 박 총경리는 "고객들로부터 배송 니즈가 많아지면 곧 바로 시행할 수 있다"며 "현재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9월에는 베이징 '베드타운'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외곽 옌자오(燕郊)에 모처럼 롯데마트 신규 점포가 들어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만하다. 박 총경리는 "과거에는 중국시장에서 '많이, 빨리' 전략이 통했지만 이제는 아니다"며 "중국인들도 품질과 환경을 중시하고 있어 하드웨어나 인테리어 중심이 아닌 상품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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