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인천지역 중학교 무상급식이 올해도 물 건너 갈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관련 예산이 3차례나 시의회에서 삭감돼 발목이 잡힌데 이어 올해 1회 추가경정예산에도 편성이 불투명해 보인다. 지역의 교육·시민단체들은 수년째 중학교 전체 무상급식 시행을 촉구하고 있지만 인천의 무상급식 비율은 여전히 '전국 꼴찌'라는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올해 1회 추경예산(안)에 중학교 무상급식 예산을 반영하는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오는 27일까지 시의회에 1차 추경안을 제출해야 하지만 아직껏 무상급식 예산을 세워야 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예산을 세울 경우 전체 중학교 1학년 2학기(90일분) 급식비 46억원이 예상된다.
이는 교육청의 몫이고, 나머지 절반은 지자체가 분담해야 완전한 무상급식이 이뤄진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 급식예산을 분담하는 문제가 합의되지 않았고, 인천시역시 재정난을 이유로 중학교 무상급식 예산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시교육청의 고민이 깊다.
무엇보다 인천시의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될 지가 회의적이다.
시교육청은 앞서 올해 본예산에도 전체 중학교 1학년 급식비 190억원의 절반인 95억(192일)원을 세웠지만 시의회에서 전액 삭감됐다.
시의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되면 나머지 절반은 해당 자치구 예산으로 분담하게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의회는 각 자치구에서 예산 확보 여부가 불문명하다는 이유 등으로 제동을 걸었다.
시의회가 중학교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한 것은 그동안 모두 3차례다.
시의회는 농어촌지역인 강화군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며 시교육청이 지난해 세운 본예산(1억7200만원)과 추경예산을 잇달아 삭감했다. 이 때는 강화만 시행하면 다른 자치구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대했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무상급식 예산이 시의회에서 계속 삭감된데다 인천시, 각 구와 예산 분담문제를 계속 협의중이라 추경예산 편성이 쉽지 않다"며 "강화군과 3개 구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예산을 세우겠다는 의지가 있으나 나머지는 재정형편을 들어 내켜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국 중학교 무상급식 비율은 76.1%이지만 인천은 16%로 17개 시·도 중 가장 낮다. 16% 비율은 서해5도 지원특별법에 따라 지원을 받는 옹진군 학생과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 학생이 포함된 것이다. 저소득층 지원을 제외하면 온전한 무상급식 비율은 인천 전체 중학생(8만9298명) 중 고작 0.3%에 불과하다.
또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0개 시·도가 전체 중학생에 대해 무상급식을 시행중이며, 나머지는 중1학년 또는 농어촌지역 등 부분적으로나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농어촌지역조차 중학교 무상급식이 안되고 있는 곳은 인천이 유일하다.
'인천학교급식시민모임' 등 시민단체들은 시의회가 시 재정상황과 지역간 형평성을 이유로 제동을 건 것은 진보교육감의 교육행정을 방해하고자 하는 다분히 정치적이고 당리당략적인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들은 "인천시교육청이 그동안 중학교 1학년부터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하는 방안을 계속 추진했지만 인천시의 비협조와 시의회의 반대에 막혀 번번이 무산됐다"면서 "재정난을 핑계로 중학교 무상급식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올해 1회 추경예산 편성에 중학교 무상급식 예산을 반영할 것을 요구하며 시청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중학교 무상급식은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의 대표 공약이다. 이 교육감은 오는 2017년까지 인천시내 모든 중학교 1학년생에게 무상급식을 하겠다고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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