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국내 도로를 달리는 경유차의 비중이 최근 4년간 두 배나 급증한 데는 '뛰어난 연비'를 앞세운 업계의 홍보 전략과 경유차 확대를 지원해 온 정책 영향이 컸다.
연료비가 상대적으로 싼 경유차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그간 정부는 경유차 구입 시 세제혜택을 주거나 경유 택시도입 등을 추진해왔다. 본고장인 유럽에서는 오히려 질소산화물 배출 우려로 인해 최근 몇년간 규제가 강화되고 판매도 줄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매우 대조적이다.
하지만 점점 악화하는 수도권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경유차가 배출하는 질소산화물이 손꼽히는 데다, 폭스바겐에 이어 한국닛산 캐시카이까지 배기가스 불법조작이 확인되면서 경유차 정책을 이대로 둘 수 없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 역시 노후 경유차를 중심으로 대책을 고심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세먼지 대책과 연계해 경유차 정책을 어느 정도 손봐야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있다"며 "경제적 영향과 정책 연계성 등을 감안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우선 실내 인증기준과 실제 차량 운행 시 질소산화물 배출량 차이를 줄이기 위해 3.5t 이상 대형차는 올해 1월부터, 중ㆍ소형차는 2017년 9월부터 실도로조건 배출허용기준을 도입한다.
또 이번에 조사한 20차종 외 다른 경유차에 대해서는 연간 100차종을 대상으로 제작차 수시검사를 실시하고, 연간 50차종에 대한 운행차 결함확인검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폭스바겐 사태로 촉발된 실험실의 '눈속임 인증'부터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유럽 기준에 준하는 도로 주행 시 배출가스 허용치 입법화도 추진될 전망이다. 모든 경유차에 환경개선부담금을 물리는 방안 등도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미세먼지 배출원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전문가들은 대형 경유차의 도심운행 제한, 차량2부제, 배출가스 기준 미달 시 생산판매 금지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산업계의 반발이 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세계적 추세기도 하다.
독일 환경보호국은 지난해 경유차에 대한 세금인상, 시내중심부 진입 금지 등을 주장했고 프랑스 파리를 비롯한 유럽 20개 도시 시장은 유럽의회가 통과시킨 경유차 가스 배출량 규제법에 허점이 있다면서 지난달 규제 강화를 촉구한 바 있다.
특히 국내에서 경유차가 급증한 것이 4∼5년 전임을 감안할 때, 2∼3년 후부터 노후경유차로 인한 대기오염문제가 한층 심화 될 것으로 우려된다. 2010년만 해도 신규등록 승용차 가운데 디젤 차량은 18.5%에 불과했으나 2015년 44.7%까지 늘었다.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는 "미세먼지의 주요한 원인은 '경유차 활성화 정책'과 '석탄화력발전소 증설 정책'"이라며 "정부가 미세먼지를 내뿜는 정책을 철회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찬열 의원 역시 "운행 경유차의 검사 항목에 미세먼지 유발 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추가하고 경유차의 검사 주기도 연1회서 연 2회로 대폭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2015년 한국 연평균 초미세먼지 오염도는 26.5㎍/㎥로 관리기준(25㎍/㎥)을 초과했고,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인 10㎍/㎥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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