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살인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 이하 옥시)에 이어 후발 유통주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한 롯데마트·홈플러스 수사에 착수했다고 12일 밝혔다.
검찰은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및 흡입 독성 연구 결과, 피해자들의 고발내용 등을 검토하며 수사 대상을 선별하고 있다. 검찰은 해당 업체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제조·판매 과정의 얼개를 확인한 뒤 이르면 다음주 핵심 관계자를 소환할 방침이다.
두 유통업체는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가 인기를 끌자 자체 브랜드 상품(PB)으로 2006년, 2008년 각각 유사제품을 시장에 내놨다. 정부가 폐손상 피해를 인정한 피해자는 롯데마트(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가 41명(사망 28명), 홈플러스(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가 28명(사망 12명)에 달한다. 문제의 제품들은 옥시와 같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원료물질로 썼다.
최대 가해업체로 지목된 옥시 수사도 현재 진행형이다. 검찰은 전날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신현우 전 대표 등 옥시 관계자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의 구속여부는 13일 서울중앙지법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가려진다.
검찰은 신 전 대표 등을 구속한 뒤 유해성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구체적 배경, 피해 민원이 불거진 이후로도 제품 판매를 지속하고 사건 공론화 이후 관련 증거를 덮으려 한 의혹 등에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한편 '세퓨' 가습기 살균제로 27명(사망 14명)의 피해자를 낳은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 오모씨가 원료물질로 중국산 PHMG를 썼다는 주장이 나왔다. 오씨는 직원 10명 안팎 영세업체를 운영하며 세간에 떠도는 자료로 제조요령을 익혀 공장에서 원료물질(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과 물을 섞어 직접 제품을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이날 오전 PGH 공급처로 지목된 덴마크 케톡스사 대표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담 가드(Dam Gaard) 전 케톡스 대표는 "2007년 소량(40ℓ 미만)의 PGH 샘플을 한국에 보냈을 뿐, 세퓨의 내용물이 중국산 PHMG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유해물질을 판 적이 없다’는 책임 회피적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간 보건당국·검찰 조사가 허술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환경부의 세퓨 제품 원료물질에 대한 유해성 심사가 서류조작으로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원료물질 수급 과정에서 일부 중국산 PHMG 등이 혼입됐을 수도 있지만, 세퓨 제품의 원료물질은 PGH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유해성 심사에 문제가 있었다한들 정부의 형사책임을 논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검찰은 전날 오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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