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필수 과목서 '반지주면 다리 벌린다'…한양대 학생들 분노

한양대 총학생회 성명서/사진=한양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아시아경제 정유진 인턴기자] 한양대 총학생회가 필수과목에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자료를 사용한 학교 측에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9일 한양대 총학생회는 페이스북을 통해 '<HELP>의 혐오와 차별, 리더십은 답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2016-1학기 HELP4 9주차 수업에서 눈으로 믿기 힘든 내용이 발견됐다"다며 관련 자료도 함께 제시했다.

논란이된 교육자료/사진=한양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첫 번째 사진은 힐을 신은 여자의 다리와 반지 상자를 든 남자의 손이 보인다. 먼저는 다리를 꼬고 있는 다리 앞에서 남성이 반지상자를 들고 있다. 그리고 남자가 반지를 보여주자 마치 꼬고 있던 다리를 벌린 듯한 사진이 이어진다. 이 화면의 제목에는 '마음을 훔쳐라! 욕망을 자극하라! 꿈을 팔아라!'라고 되어있다.

두 번째 사진은 두 남성이 상의를 탈의하고 있다. 먼저 배가 나온 남자는 자신이 반지상자를 들고 있고, 그 다음 사진에는 몸이 좋은 남성 앞에 여자 손이 반지 상자를 들고 있다.

총학생회는 이에 대해 '상대의 마음과 욕망을 자극할 아이디어를 활용해야 한다'는 강의의 목적과 무관하고, 그 내용 자체가 심각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단 두 장의 사진 속에 여성혐오와 외모에 대한 차별, 황금만능주의의 관점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어느 공간보다도 혐오와 차별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대학에서, 학교 필수 커리큘럼조차 오히려 앞장서 이를 조장한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교육의 의미를 찾아야 할까요?"라며 개탄했다.

이에 대해 수업을 주관하는 한양대 리더십센터 측은 "감성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강의에 활용된 사례(해외 대중광고)는 교육상 부적절했다"며 "해당 교수와 협의를 통해 곧바로 삭제했다"는 내용으로 총학생회에 사과문을 보냈다. 또한 "교육콘텐츠 점검 TFT를 구성해 HELP 전 강좌를 재점검하고, 결과를 수강생들에게 공지 하겠다"고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학생들의 반발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가 내놓은 사과는 사과가 아니라며 고작 교육적으로 부적절했던 정도가 아니라, 사회의 보편적인 여성혐오 문제들을 대놓고 보여준 사례라고 비판하고 있다.

앞서 11일 오후 12시, 한양대 반성폭력 반성차별 모임 '월담'과 '정의당 한양대 학생위원회' 등은 해당 리더십 수업의 문제점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행사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유진 인턴기자 icamdyj718@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