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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중파고 넘어라…건설사 '이란 수주' 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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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란 경협' 대박 성과 위해 현장선 물밑작업 한창
금융조달, 규모 워낙 커 정책자금 외 세계은행 등서 자금수혈 절실
출혈경쟁, 전 세계서 수주전 가세..견적 후려치기·비용전가 빨간불
공사분쟁, 발주처 결제 지연으로 중재신청 늘어..사전예방만이 답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이민찬 기자, 주상돈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오전 경제5단체가 초청한 토론회에 참석한 건 최근 이란을 다녀온 후 경제외교 성과를 두고 불거진 논란을 직접 가라앉히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이란 순방 때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두고 '양해각서(MOU) 수준의 협의를 마치 수주가 임박한듯 알렸다', '일부 MOU는 발표와 달리 아직 체결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치적을 높이기 위해 설익은 사안들을 섣불리 발표한 게 아니냐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이에 청와대는 이번 성과를 확산해 우리 경제의 새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건설업계는 순방외교의 힘을 빌어 성과를 내기 위해 물밑작업에 한창이다. 이번에 맺은 수많은 MOUㆍMOA(합의각서)와 관련해 추후 실제 사업으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수많은 MOU나 MOA가 구속력이 없는 만큼 앞으로 상황을 장담할 수 없다며 구체적이고도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전략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발주처는 물론 우리 건설사도 조건이 맞지 않으면 본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하다"면서 "현지와 본사가 긴밀하게 협의를 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건설사들의 핵심적 고민은 수주를 좌우할 금융조달방법이다. 이란 공공기관 등 발주처는 시공사들이 자금을 자체 조달하는 투자개발형 프로젝트로 사업에 참여하길 요구하고 있다. 건설사가 직접 공사비를 조달해 공사를 하고, 인프라를 운영하면서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정부는 앞서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을 통해 200억달러 이상의 파이낸싱을 제공할 계획을 내놨다. 이란에서 공사를 수주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정책자금외에 아시아개발은행이나 세계은행 등에서도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을지 문을 두드려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한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철도ㆍ항만ㆍ플랜트 등 대규모 인프라 시설이어서 검토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만큼 섣불리 수주 성패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의 발표와 달리 일부 MOU가 체결되지 않은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지만, 앞서 충분한 검토 없이 협의에 나서 손실을 본 공사도 적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꼼꼼히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바하르~자헤단 구간 철도 공사 등 일부 MOU 미체결 프로젝트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해명자료를 내어 "체결 직전 발주처에서 사업 조건 등을 바꾸자고 요청해 추가 검토가 필요해 체결이 순연됐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관계자 역시 "체결되지 않은 2건의 철도공사는 무산된 것이 아니라 지연된 것"이라며 "발주처와 지속적인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저유가로 중동국가 재정이 열악해진 만큼 이란 발주처가 제시한 조건을 쉽게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란 내부에서 MOU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차선책을 공공연히 거론, 우리 정부와 기업을 압박하면서 해외 발주처의 안 좋은 관행들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일부 발주처는 다른 나라 건설사에게 일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밝히는 등 경쟁을 심화시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행태를 보이고도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전 세계 주요 건설사와 정부가 앞다퉈 수주전에 나서며 견적 후려치기, 추가비용 떠넘기기 등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발견되는 현상은 EWA(Early Work Agreement)에 따른 견적 후려치기다. EWA는 설계ㆍ조달ㆍ시공(EPC) 계약 이전에 기본설계를 통해 공사 견적을 산출, 시공사와 발주처 간 합의된 비용을 도출하는 방식이다. 이후 견적서를 바탕으로 비용을 고정시키는 럼섬(lump sum) 계약을 수의계약으로 맺는 게 일반적인 EWA 계약 방식이다.


EWA가 장점도 있지만 일부 발주처는 이를 악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중동 지역 발주처는 경쟁입찰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후 자신들이 원하는 가격이 나왔을 때만 계약을 체결한다"고 말했다. 설계변경이나 물가상승 등에 따른 추가비용을 시공사가 전부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공사에 대한 분쟁이 늘고 있는 점 역시 국내 건설사가 유의해야할 부분이다. 대한상사중재원에 따르면 해외건설 관련 중재사건이 지난해에만 10건 접수됐다. 2014년 1건이 접수된 것에 비하면 크게 늘었다. 상사중재원에 접수된 사건 대부분은 현지 하도급업체가 국내 건설사를 상대로 대금 지급을 요구한 것이다. 해외 발주처의 결제 지연으로 자금 흐름이 경색된 결과로 분석된다. 발주처와의 분쟁이 하청업체의 중재 신청으로 이어진 것이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발 어닝쇼크를 겪을 정도로 계약ㆍ시공 등 전 분야에서 다양한 문제들을 경험했다"면서 "이란의 경우 단순 도급이 아닌 금융조달을 동반한 개발사업이 많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를 위한 수요 예측ㆍ운영기간 등을 계약 단계부터 꼼꼼하게 따져 최종 계약을 해야 손실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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