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호텔업계 "김영란법으로 '수입산'만 판칠 것"
식사값 3만원 맞추려면 재료값 낮춰야…결국 피해는 국내 농가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김영란법' 시행령이 입법예고됨에 따라 외식,호텔업계에서는 식사비를 3만원대로 맞추기 위해서는 결국 가격이 싼 수입산을 활용해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들 업계는 재료비를 낮춰 소비자가를 낮출 수는 있지만 이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농가가 입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가 발표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시행령 제정안에 따르면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ㆍ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직무 관련인으로부터 3만원 이상 식사 대접을 받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법이 시행되면 외식산업 매출이 4조원 가량 감소하고 주류, 호텔업계 등에서도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전체 외식업체의 약 37%가 영향을 받고, 국내 외식업 연간 매출의 약 5%인 4조1500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한정식의 61.3%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어 서양식(60.3%), 육류구이전문점(54.5%), 일식(45.1%) 등으로 나타났다.
한끼 식사비 10만원에 달하는 특급호텔도 난색을 표하기는 마찬가지다. 특급호텔 식사비는 주말기준 10만원. 주중 점심으로 따져도 최소 7만~8만원에 달한다. 이 기준대로라면 공직자 등은 앞으로 호텔에서 식사 대접을 받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신라호텔, 웨스틴조선호텔, 롯데호텔 등의 뷔페업장의 주말 가격은 10만원대이며 나머지 호텔들도 업장 리뉴얼과 올초 가격인상 등을 통해 가격이 9만원대로 높아졌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공직자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아 직접적인 매출 타격이 클 것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소비심리 악화로 이어질 수는 있다"고 우려했다. 법인카드 사용이 많은데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결국 기업들도 호텔에서 미팅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김영란법 도입에 따른 기업 접대비 감소액이 4503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가격상한선을 맞추기 위해 외식업체들이 값싼 수입산으로 재료를 대체할 경우, 국내 농가만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오는 추석명절선물세트가 문제다. 굴비, 한우세트 등을 묶어 호화선물세트를 선보여왔던 특급호텔에서는 더이상 국내산 제품으로 상품을 구성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고가선물 대부분 국내산 소고기, 제주산 갈치 등으로 국내 농가의 최고급 상품들만 묶어서 판매해왔는데 이들 상품의 주고객이 5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가격대에 맞춘 선물을 내놓기 위해서 수입산으로 대체하는 등 품질이 결국 낮아질 수 있다"며 "굴비, 한우를 납품하는 하청업체들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국내농축수산물을 김영란법 금품수수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축단협은 김영란법이 부정청탁 금지법이 아닌 '수입 농축산물 소비 촉진법'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축단협은 성명서를 통해 "법 취지의 핵심쟁점인 부정부패 추방의지와는 무관한 국내 농축산물을 금품수수대상으로 선정하는 것은 자유무역협정(FTA) 최대 피해 품목인 농축산업에 대한 정부의 이중 차별"이라며 "국내 농축산물이 김영란법에 저촉되면 명절소비 급감과 이로 인해 국내 농가 폐업 속출을 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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