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황준호 특파원] 미국 정보기술(IT)시장의 기린아 마이클 델과 맥 휘트먼이 다시 한 번 전운이 감돌고 있다. 마이클 델 델 회장은 최근 PC업체 델과 스토리저 업체 EMC의 통합을 통한 '델테크놀로지스' 출범을 선언한 것이 계기이다.
델 회장은 최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EMC월드 2016'행사에서 양사 통합의 시너지를 강조하며 디지털 혁명을 맞이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사물인터넷(IoT) 토털 서비스를 구축해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쉽게 말하자면 기업의 IT인프라와 비즈니스 솔루션을 함께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델 회장이 이겨야할 상대로 꼽은 것이 HP다. HP는 델과는 반대의 전략이다. 과거 개인용컴퓨터(PC), 서버, 스토리지 등 기업용 데이터센터 솔루션 영역에서 델과 경쟁해온 HP는 지난해 11월 맥 휘트먼의 지휘하에 휴렛팩커드인코퍼레이티드(HPI)와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를 분리했다. 이는 PC와 기업용 비즈니스 솔루션으로 기업을 나눴다는 의미이다.
델 회장은 통합이 분할을 이길 수 있다는 주의다. 그는 "HP가 분할하면서 회사의 규모가 작아졌다"며 "R&D 투자가 감소하고 공급망이 축소되며 영업 인력도 줄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IT 시장에서 성공과 혁신을 이끌려면 확장(Scale)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멕 휘트먼 HP 최고경영자(CEO)가 델의 EMC 인수를 두고 "대혼란"을 예견한 것에 대한 반박성 발언이기도 하다. 휘트먼 CEO는 당시 "델과 EMC간의 합병은 기업의 초점을 흐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하며 "HP에 진짜 기회가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델이 EMC 인수자금을 마련하느라 엄청난 빚을 질 것이고 이는 연구개발(R&D) 투자 감소와 제품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델과 HP는 1990년대 이후 PC를 중심으로 치열히 경쟁해왔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 시대에 뒤쳐지며 실적 부진을 겪어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델은 상장폐지를 결정하며 HP에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델은 EMC 인수를 통해 오히려 HP와의 경쟁을 다시 수면위로 끌어올리고 IBM까지도 사정권에 넣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 업계에서는 양사간 대결의 결과가 향후 다가올 IoT시대에 누가 최종 승자가 살아남는가로 귀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뉴욕=황준호 특파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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