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같이 고른 사랑으로 학생들 마음에 온기 전해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퇴직하던 날 제자들이 찾아와 제게 준 상이 세상에서 가장 큰 상이었어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뭉클합니다."
지난해 8월 37년간의 교직생활을 끝내고 퇴직하는 원순련 교장이 국산초등학교 교정을 떠나는 날, 어느덧 47세 나이가 된 첫 제자 13명이 학교로 찾아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상'이라는 글귀가 적힌 상을 전했다. 원 교사는 그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교육부와 이달의스승선정위원회는 '5월의 스승'으로 경남 거제 지역의 원순련 전 교사(63·사진)를 선정했다고 2일 밝혔다.
원 교사는 지난 37년간 거제 장평초, 계룡초, 수월초, 거제초 산달분교, 신현초 등에 근무하면서 열정과 헌신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쳤다.
제자들은 그를 '언제나 가까이에서 생기를 부여하고 주변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햇볕 같은 선생님'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특히 소외받고 힘들어 하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며 세심한 보살핌으로 또 다른 부모가 돼 주었다고 했다.
제자 류현경 씨는 "선생님은 햇볕처럼 골고루 '평등한 사랑'을 주셨다"며 "공부 잘하고 잘사는 아이들보다 어렵고 가난한 아이들을 살피셨고, 산달섬 아이들이 뭍으로 나가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몰래 장학금도 마련해 주셨다"고 말했다.
원 교사는 1999년 '유재라봉사상', 2008년 '올해의스승'을 수상하며 받은 상금도 제자들의 학비와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는 일에 내놓았다.
교직생활 중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그는 1998년부터 3년간 근무했던 거제초 산달분교 학생들과의 경험을 꼽았다. 문화적 소외지역에 사는 섬 아이들이 안타까워 13명의 분교 아이들과 중학생 5명, 고등학생 3명을 모아 매주 두 차례 저녁시간에 글짓기와 기타연주 지도를 했고, 이후 마을 어른들까지 초청해 카페리호에서 학예회와 시화전도 열었다.
원 교사는 "섬을 떠난지 5년만에 학생들이 쓴 원고를 '산달섬의 파도소리'라는 책으로 출간하고 발간기념회까지 열었던 섬 생활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꾸준한 글쓰기 지도로 학생들과 교감하며 내면을 성장시키는 교육을 실천해 왔던 그는 퇴직 후에도 거제대학 겸임교수, 결혼 이주 다문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학부모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원 교사는 "참된 스승이 되기 위해선 우선 스승의 길을 걷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며 "학생을 만나는 것이 기쁨이고,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즐거운 삶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스승을 존경하는 풍토를 조성하고 교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매월 학교 현장에서 오랜 기간 묵묵히 교육에 임하고 제자들에게 존경받는 퇴직 선생님의 미담 사례를 발굴하고 있다.
이번 5월의 스승으로 선정된 원 교사에 대한 이야기 역시 각급 학교에 안내하는 등 널리 알릴 계획이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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