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27명의 사상자를 낳은 ‘세퓨 가습기 살균제’는 유해성 검증은 커녕 제대로 된 제조법조차 없이 만들어져 친환경 꼬리표를 달고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세퓨 제조사 버터플라이이펙트는 2005년 감염예방 전문기업을 표방하며 설립됐다. 보건당국 제재 이전까지 3년 넘게 인터넷 매장, 방문판매 등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를 팔았고 그 결과 27명의 피해자(사망 14명)이 발생했다.
대표였던 오모씨는 인터넷 등 세간에 떠도는 자료를 수집해 터득한 제조법을 기반으로 수입해 들여온 원료물질에 물을 타 사실상 직접 제조하다시피 했다고 한다. 전체 직원 10명 안팎에 연구·개발 전담 인력도 따로 없는 영세기업에서 세칭 ‘야매’로 만든 제품인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버터플라이이펙트는 정상적인 상품의 기획·제조가 어려운 구멍가게 수준의 기업으로, 대표가 직접 제품을 들고 다니면서 팔기도 하는 등 사실상 가내수공업 수준”이라고 평했다.
오씨가 원료물질로 택한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은 옥시레킷벤키저 제품의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보다 독성이 높고 폐로 들이켰을 때 인체에 유해한지 여부가 검증된 적이 없다. 다만 다량 음용에도 무해하고 접촉 자극도 거의 없어 유럽에서 살균제 원료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흡입 독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나 검증여력도 갖추지 못한 업체가 이를 주워 듣고 얼렁뚱땅 ‘살인제’를 만들어 판 격이다. 세퓨는 ‘친환경 프리미엄 가습기 살균제’로 홍보됐다. 가습기 살균제의 경우 의약외품으로 재분류되기 전까지는 별도로 정부 인증이나 허가 등이 필요없는 공산품에 불과해 소비자를 보호할 제도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전날 오씨 및 오씨에게 PGH를 공급한 김모씨를 소환해 이 같은 제조·판매 경위를 확인했다. 검찰은 오 전 대표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 등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수사 확대에 맞춰 특별수사팀을 추가 보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 1월 검사 6명으로 출범한 수사팀은 최근 검사 3명을 파견·증원해 현재 9명 진용을 갖췄다.
수사팀은 다음달 2일에는 옥시 제품의 실제조를 담당한 한빛화학의 정모 대표를 추가 소환하고, 옥시 전직 광고담당자 2명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제조·판매와 광고가 맞물린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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