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원료물질 대체 전후 흡입독성 실험 필요성 인지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수사를 위한 제조·유통사 소환조사 대상이 확대된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28일 오전 10시 세퓨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한 버터플라이이펙트 전 대표 오모씨 등 관계자 3명을 소환해 조사한다고 27일 밝혔다. 해당 업체는 이미 폐업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세퓨 가습기살균제는 27명의 피해자(사망 14명)가 발생한 제품이다. 이 제품은 옥시·롯데마트·홈플러스 등 타 업체들이 사용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보다 독성이 더 강한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를 원료물질로 써 판매량 대비 피해자 수는 오히려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오 전 대표와 더불어 실제 제품 제조 및 원료물질 공급에 관여한 서모씨, 김모씨를 불러 제조 경위를 파악할 계획이다. 검찰은 버터플라이이펙트 등 후발주자의 경우 시장 선도업체격인 ‘옥시를 베꼈다’는 취지로 해명해 온 만큼 이들 역시 유해성 검증에 소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옥시 제품의 실제 제조를 담당한 한빛화학 대표 정모씨도 28일 불러 조사한다. 검찰은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흡입 독성 등 인체에 유해한지 제대로 검증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 압수수색 과정에서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하며 원료물질 후보군을 검토하던 1996년 독일 유명 화학회사 부설연구소 소속 교수로부터 흡입독성 실험의 필요성을 경고한 단서를 확보했다.
국회 등에 따르면 국내 가습기 살균제는 1997년부터 시판돼 2011년 보건당국의 제재 이전까지 연간 60만개 가량 팔려 나갔다. 10년 넘게 시장 선두를 유지한 옥시의 경우 당초 프리벤톨 알80(Preventol R80)을 원료물질로 쓰다 2001년께부터 PHMG로 대체했다.
옥시는 기존 원료물질에 대해서는 흡입독성 실험 결과 무해하다 결론내고 제품(옥시싹싹 가습기당번)에 사용했으나, 후속 원료물질인 문제의 PHMG에 대해서는 흡입독성 실험을 따로 하지 않고 제품(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을 시중에 내어 놓은 것으로 판명됐다.
이와 관련 검찰은 옥시의 제품 개발 초기부터 관여한 당시 연구소 선임연구원 최모(현 연구부장)씨를 이틀 연이어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최씨가 원료물질의 유해성에 대한 검증 필요성을 보고한 단서를 확보했으나, 신현우 전 대표(68)는 전날 17시간 고강도 조사를 받으면서 이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사 내용을 토대로 신 전 대표에 대한 재소환 필요성, 구속영장 청구 방안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검찰은 유해성 검증 절차가 생략된 경위를 파악해 중과실에 해당한다고 판명될 경우 제조·판매 관여 책임자들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의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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