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성회 수습기자] 대학 생활 중 가장 기대되는 행사는 바로 MT(Membership Training)다. 모닥불과 통기타가 떠오르는 예전의 낭만은 사라졌지만 ‘일상에서의 탈출’이라는 선물을 선사해주는 MT는 언제나 가슴 설레게 한다.
그러나 정작 MT를 다녀오면 재미와 보람을 느끼기보다는 몰려오는 숙취와 피로만 얻을 때가 있다. 돌아오는 길엔 즐거웠던 추억보다는 괴로웠던 아픈 기억만 남게 된다. 고기는 전부 탄 것만 먹고, 오로지 술만 마신 것밖에 기억이 안 난다. 다음 날 아침 가장 고민거리는 집에 빨리 갈 것이냐, 해장 음식으로 속을 달래고 갈 것이냐다.
대부분의 대학교가 중간고사를 마친 지금. 날씨 좋은 이때가 바로 너도 나도 MT를 떠나는 시기다. 몇 안 되는 MT의 기회, 후회 없이 즐겁고 편안하게 다녀오고 싶다면 다음 ‘꿀팁’을 숙지해보자.
1. 장보기는 현지에서
MT 갈 때 가장 머리를 아프게 하는 건 장보기다. 고기는 물론 김치, 상추, 고추장 등 음식에다가 각종 물, 음료, 주류들 때문에 무게가 어마어마하다. 라면이나 즉석요리 등 다음날 아침 먹을 식량도 준비해야 한다. 거기에 수저, 그릇, 컵까지 일회용품도 가득하다. 무거운 짐을 양손에 바리바리 싸들고 MT 장소까지 운반해야 하는 것도 벅찬 일이다.
이런 수고를 덜기 위한 방법으로 현지에서 장을 보는 것이 대안이다. 예전에는 이른바 ‘바가지 쓴다’며 현지에서 음식을 사가는 것을 기피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비용 측면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며 오히려 현지 마트에서 배달 서비스까지 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게다가 승합차를 이용한 픽업까지 이용할 수 있는 곳도 있다.
무거운 짐을 낑낑대며 옮기다가 서로 얼굴 붉힐 필요 없이, 현지에서 직접 필요한 물건을 사고 배달 서비스까지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특히 ‘선발대’ 입장에서는 빠르게 장을 본 뒤 ‘후발대’가 도착할 때까지 편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2. 고기 굽기는 딱 두 가지만
‘MT의 꽃’은 바로 바비큐다. 여러 명이서 화로에 둘러서서 구워먹는 고기만큼 맛있는 건 없다. 그러나 MT 가서 먹는 고기는 이따금씩 실망만을 안겨준다. 야외여서 그런지 바람도 많이 불어 화력 집중이 힘들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어두워져서 고기가 익는 건지 타는 건지 분간이 안 될 때도 많다. 서로 ‘내가 더 잘 굽는다’며 ‘고기부심’을 부리는 친구들 때문에 차질이 생기는 것도 위험요소다.
MT 고기 굽기는 두 가지만 알면 된다. 첫째는 ‘불쇼 금지’다. 화려한 불쇼를 보여준다며 불판을 ‘탕탕탕’ 치면서 고기 기름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솟구치는 불꽃은 고기를 익게 하기는커녕 태울 뿐이다. MT 가서 새까맣게 탄 고기를 먹은 경험이 있다면 십중팔구는 불쇼에 의해 희생된 고기일 것이다. MT 장소는 철판스테이크 식당이 아니니 불쇼는 기대하지도, 실행하지도 말자.
두 번째는 ‘참을성’이다. 우선 고기를 자주 뒤집지 말아야 한다. 고기를 자주 뒤집으면 육즙이 빨리 증발해 고기 본연의 맛을 지켜주지 못한다. 적당한 고기 뒤집기 횟수에 대해선 1회, 2회, 3회 등 논쟁이 존재하긴 하지만 어쨌든 핵심은 뒤집는 걸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고기를 너무 빨리 자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충분히 익지도 않은 고기를 서둘러 자르게 될 때도 육즙이 더 빨리 빠져나가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주위에서 ‘빨리 고기를 대령하라’ 소리쳐도 느긋하게 기다리자. 고기가 거의 다 익어갈 때쯤 고기를 자르고 먹으면 MT에서도 육즙이 살아있는 최강의 고기 맛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3.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
술 먹고 게임을 하다보면 내가 놀고 있는 건지 술을 먹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다. 술에 취해 분위기를 띄운다고 목소리를 키워보지만 오히려 침체된다. 게다가 꼭 다음 날 목소리가 잘 안 나온다. 밤이 점점 깊어지면 잠을 청하는 친구들도 많아져서 MT의 흥이 금방 가라앉기도 한다.
이럴 때를 위해 ‘필수템’ 하나를 추천해본다. 바로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다. 몸집은 작지만 쉽게 무시해선 안 된다. 생각보다 묵직하면서도 화려한 음질을 자랑하는 기기들이 많이 나와 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스피커를 통해 터져나오는 음악이라면 클럽 못지않은 신나는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최근 유행하는 아이돌 음악뿐 아니라 15년 전 유행했던 노래를 통해서 다함께 추억에 빠져볼 수 있는 건 덤이다.
4. 랜덤박스
조금은 유치할 수도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늦은 시간까지 참가자 모두가 집중력을 유지하거나 기대감을 갖게 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코너다.
각자 미리 정해진 금액에 해당하는 선물을 가져온다. 5000원~10000원 상당의 물건이 적당할 것 같다. 새로 사 오는 것보다는 갖고 있던 물건 중에서 쓸모가 없어진 것들이 편하다. 그리고 이를 상자에 넣어서 순서대로 돌린다. 이른바 ‘랜덤박스’다.
랜덤 방식이 싫다면 경매 방식도 좋다. 갖고 온 물건들을 모두 깔아놓고 그 중 마음에 드는 물건을 선택하는 것이다. 구매 의향자가 많으면 경매에 부쳐 경쟁을 하게끔 한다. 물건을 파려는 사람의 수완은 물론 최대한 싸게 물건을 사려는 사람의 흥정까지 더하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장면이 연출될 것이다.
5. MT 불참비 걷지 말자
MT가 ‘필수 행사’라는 인식이 사라지면서 MT 참석 인원 역시 줄어드는 추세다. MT 참석자 수를 늘린다는 명목으로 몇몇 대학 학과 및 동아리에서는 MT 불참비를 걷어 문제가 되고 있다. 올해에도 MT 불참비를 걷는 게 횡행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기도 했다.
MT를 준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충분한 인원이 확보되기를 원한다. 그래야 다 같이 친목을 도모한다는 MT 취지에도 알맞고, 준비한 게임 등 여러 행사 진행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MT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불참비를 걷는 것은 폭력이다. 불참비 내기 싫어서 억지로 MT에 참여하게 된다면 그 누가 마음 편하게 놀 수 있을까.
MT의 취지와 목적에 대해 충분히 홍보해서 더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게 올바른 방법이다. 그렇게 되면 평소에 친하게 지내지 못한 친구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고 누구나 즐겁게 참석할 수 있는 MT가 될 수 있다. 후회 없이 MT 다녀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누구나 재미있게 참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미리 조성하는 것이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권성회 수습기자 stre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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