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은 수만명 몰려
청약경쟁률 수백대 1
중소형 최고 분양가 경신
기존 아파트 매매는 냉랭
주택 매매 전년동기보다 27% 줄어
주담대 규제강화에 관망세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부산 분양시장 분위기가 연일 달아오르고 있다. 새로 문을 여는 견본주택마다 수만 명이 몰리고 청약 접수 평균 경쟁률이 수백대 1을 기록한 단지도 속속 나오고 있다. 분양시장이 나날이 열기를 더해가자 3.3㎡당 분양가가 1700만원에 가까운 중소형 단지까지 나왔다.
반면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 분위기는 '여기도 부산인가' 싶을 정도로 냉랭하다. 주택 매매거래량이 지난해 75% 수준으로 떨어졌고 매매가 상승 폭도 줄어들고 있다.
이영래 부동산서베이 대표는 "부산 부동산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지만 분양시장과 기존 매매시장이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며 "매매의 경우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지방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에 따라 관망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림산업이 지난 15일 문을 연 'e편한세상 부산항'에는 개관 사흘 동안 2만명이 찾았다. 이 열기를 증명하듯 1순위 청약 접수에 당해 지역에서만 3만4068명이 몰려 평균 청약 경쟁률 85.17대 1로 전 타입이 모두 마감됐다. 전용면적 69㎡C 타입의 경우 70가구 모집에 9220명이 접수하며 무려 131.7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앞서 포스코건설이 이달 초 부산 연산동에서 분양한 '연산 더샵' 아파트는 경쟁이 더 심했다. 375가구 모집에 8만6206명이 몰려 평균 230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청약 열기가 고조됨에 따라 가격은 강세다. 중소형 최고 분양가가 경신될 정도다. 부산의 최고 부촌으로 꼽히는 마린시티 내의 마지막 주거시설로 관심이 집중된 '마린시티자이'는 분양가는 3.3㎡당 평균 1665만원, 최고 1775만원으로 책정됐다. 앞서 지난달 '해운대 비스타동원(504가구)'이 3.3㎡당 1500만원대로 분양됐는데 불과 1개월여 만에 3.3㎡당 분양가가 200만원이나 뛴 것이다.
분양시장과 다르게 매매시장은 찬바람을 맞고 있다. 해운대구의 D공인중개사는 "팔겠다고 내놓은 사람도 없고 사겠다는 사람도 거의 발길이 끊겨 한 달에 1~2건 정도 매매를 중개하고 있다"며 "매도자는 현재 수준 이상은 돼야 팔겠다고 하는데 매수자는 가격이 내리면 사겠다고 하고 있어 둘 사이의 차이가 크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3월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11만1869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30.4% 줄었다. 부산도 전국적인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달 9167건이 거래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7% 줄었다.
거래가 잠잠해지며 가격은 상승세가 둔화됐다. 감정원 통계를 보면 부산의 지난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월보다 0.07%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12월 0.33% 상승한 뒤 올 들어 0.06~0.08% 수준으로 증가 폭이 크게 줄었다.
전문가들은 기존 매매시장의 침체 원인으로 다음 달부터 시작될 지방 주담대 규제 강화를 꼽았다. 주택 구매를 위해 대출을 받으면 이자와 함께 원금까지 갚아야 하는데 석 달 앞서 규제가 강화된 수도권은 실제 주택 거래가 급감했다. 지난 2~3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만2077건으로 전년의 56%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대표는 "부산 아파트시장의 경우 지난해부터 상승세를 이어가며 상당히 많이 올라 고점이라는 인식이 큰 상황"이라며 "여기에 주담대 규제 강화까지 겹치면서 일단 2~3개월 정도는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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