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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스페인 양민학살을 고발한 피카소의 붓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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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사람 - 79년전 오늘 벌어진 참상… 무기 실험용으로 폭격, 인류 분노를 호출한 '게르니카'

독일의 스페인 양민학살을 고발한 피카소의 붓끝 파블로 피카소 '게르니카'(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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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1937년 4월 26일,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중심도시 게르니카 상공에 독일군 콘도르 비행단의 폭격기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한 대의 폭격기가 폭탄을 투하했고 곧 사라졌다. 공습이 끝났다고 생각한 시민들은 대피소에서 나와 부상자들을 돌봤다. 하지만 곧바로 콘도르 비행단 전체가 하늘을 뒤덮었고 폭탄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빗발치는 폭격을 견디기에 대피소는 약했고 사람들이 피할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이 공습으로 1600명 이상이 숨졌고 중세도시 게르니카는 폐허가 됐다.

26일은 게르니카 폭격이 발생한 지 79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 스페인은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일으킨 쿠데타로 인한 내전이 진행 중이었다. 독일의 게르니카 폭격은 히틀러가 프랑코의 바스크 점령을 돕는 동시에 신무기를 시험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당시 독일 공군 사령관이었던 헤르만 괴링은 훗날 재판 진술에서 "독일 공군력을 기술적 차원에서 시험해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러셀 마틴이 쓴 '게르니카, 피카소의 전쟁'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작전 수행 방법이나 파괴의 규모, 그리고 목표물의 선정 등에 있어서 게르니카 공습은 군사상 유례가 없는 것이었다. 게르니카는 군사적 목적의 작전이 아니었다. 마을 외곽에 있는 군수 물자 생산 공장은 건드리지 않았다. 마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군 막사도 공격하지 않았다. 게르니카 마을은 최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공습의 목적은 민간인의 사기를 꺾어놓고 바스크 민족의 요람을 파괴하려는 것이었다."

게르니카의 진실이 처음부터 밝혀진 것은 아니었다. 프랑코는 게르니카를 방어하던 이들이 퇴각하며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코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를 곧이곧대로 믿었고 독일군의 폭격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게르니카 지방에 있던 외국인 기자들의 보도가 이어졌고 머지않아 진실이 밝혀졌다. 이 소식을 듣고 경악한 파블로 피카소는 이 학살극을 그렸고 '게르니카'라는 제목을 붙였다. '게르니카'는 그해 파리엑스포 스페인관에 걸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역사가 됐다.


독일의 스페인 양민학살을 고발한 피카소의 붓끝 파블로 피카소 '한국에서의 학살'(파리 피카소 미술관)


현재 스페인 마드리드의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에 걸려 있는 게르니카는 여전히 전쟁의 참상과 그 과정에 이뤄진 양민 학살의 비극을 생생하게 고발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세계 어딘가에서 게르니카의 비극이 재현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고 있다.


게르니카가 담고 있는 비극적인 역사는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다. 피카소가 양민 학살을 그린 또 다른 작품의 제목은 '한국에서의 학살'이다. 그는 한국전쟁 중인 1951년 이 그림을 그렸다. 마드리드를 점령한 나폴레옹군의 시민 학살을 고발한 고야의 그림 '1808년 5월3일'의 구도를 빌린 것이었다. 이 작품은 지금 파리의 피카소 미술관에 있다.


비단 전쟁뿐일까. 서경식은 '나의 서양미술 순례'에 이렇게 썼다. "멀리 마드리드에 달려와서 게르니카를 마주하고 선 그때 나의 가슴에 되살아나는 것은, 아직도 생생한 '광주'의 기억이었다. (중략) 1980년 5월 한국 광주시에서는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다수의 학생과 시민들이 계엄군에 의해 학살됐던 것이다. 굴욕을 당하고, 수탈을 당하고, 살육을 당해온 우리 민족은 과연 우리들 자신의 게르니카를 산출해냈는가. 군국 스페인 500년의 공포와 중압이 피카소를 낳았다고 할 때, 우리 민족에게 가해지고 있는 고통은 아직 가볍단 말인가."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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