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창사이래 최대 위기 맞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이르면 다음주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하고 대대적인 인적 구조조정과 조직 통폐합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구조조정 압박이 거센 상황에서 나온 구조조정안이라,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다른 조선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은 최근 울산 본사에서 회의를 열고 대규모 구조조정안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조정안은 우선 현대중공업의 전체 인원인 2만7000여명 중 10% 이상을 희망퇴직이나 권고사직 형식으로 줄이는 내용이 핵심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인적 구조조정 대상 인원이 3000명을 웃돌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고 있다. 사무관리직뿐 아니라 생산직도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월 사무관리직 15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한 이후 같은 해 6월 권오갑 사장 명의의 담화문을 통해 인적 구조조정의 전면 중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해양플랜트 납기 지연 등으로 1조5000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에도 선박 수주 물량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드는 등 회사 경영이 악화하자 또 다시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조직 통폐합도 이뤄진다. 조선·해양·플랜트 등 7개 본부 388개 부서 중 100개 가까이를 정리할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상암동 DMC에 있는 해양·화공·플랜트 설계부서도 울산 본사 등으로 이전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이르면 내주 중 비상경영 체제를 공식화하고 휴일근무와 특근 등도 폐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감이 줄어든 상황에서 인건비를 절감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회사가 최악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구조개혁 방안들을 고민하고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다만 현 시점에서 확정되지 않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밝히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이 대대적인 인적 구조조정과 조직 통폐합 작업에 착수함에 따라 비슷한 여건에 놓여있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모두 지난해 조(兆) 단위 적자를 내며 경영 여건이 최악인 상태다. 조선업은 국제유가 급락과 전 세계적인 수요 감소로 발주량이 급감하며 지난해 빅3에서만 총 8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각사별로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선 상황이지만, 경영 여건을 되돌리긴 역부족이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도 조만간 자체적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와 채권단이 조선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고삐를 죄고 있는 상황에 조선사들이 모른채 팔짱만끼고 있기는 힘들 것"이라며 "현대중공업이 불을 댕겼으니 다른 조선사들도 하나둘 구조조정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