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가 일어났던 2년 전, 나는 방문교수로 미국 대학에 있었다. 미국인 교수들이 나를 만나면 '정말 비극'이라면서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느냐'고 물었다. 그때 나는 "지난 50년 동안 압축 성장을 하다 보니 안전보다 효율성을 중시해서 그렇다"고 설명하면서 "그러나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은 시스템을 개선하여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애써 옹호했다. 아니 진심으로 그렇게 되기를 바랐다.
2년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는 얼마나 노력했는가. 그리고 무엇이 바뀌었는가. 앞으로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한 명의 희생자 없이 온전히 구할 수 있을 것인가. 대한민국은 정말 안전한가. 국민이 위험에 빠지면 최선을 다해 구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추어져 있는가.
당시에 미국인 동료 교수가 들려주었던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2년 전 크루즈여행을 하기 위해 배를 탔는데 3~4시간 정도 안전교육을 받았다. 사고가 났을 때의 행동요령, 구명조끼 입는 법, 배의 출구 및 동선, 그리고 구명보트 위치와 타는 법 등 어찌나 자세하고 꼼꼼하게 설명하고 시범을 보이는지 지금도 다 기억날 정도"라고 했다.
나도 예전에 배를 몇 번 타보았지만 안전관련 교육이나 안내를 받은 기억이 별로 없다. 세월호의 선장은 퇴선훈련을 해본 적도, 소화 및 인명구조 훈련을 제대로 해본 적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선원도 마찬가지였다. 선박의 미끄럼틀을 어떻게 내리는지 몰랐고, 구명뗏목을 투하해본 적도 없었다. 사실 구명뗏목이 제대로 펼쳐지기나 했을지도 의문이었다. 비상시 행동요령이나 매뉴얼은 문서로만 존재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여객선의 선원 및 선장들은 정기적으로 소화, 인명구조, 퇴선, 방수 등의 훈련을 하고 있는지, 비상시 선박의 미끄럼틀과 구명뗏목을 투하하는 방법은 알고 있는지, 무엇보다 선원과 선장들은 '승객의 생명을 우선해서 구하는 것이 자신들의 임무'임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세월호라는 위험천만한 배가 450명의 승객을 태우고 운항할 수 있게 만든 허술한 관리 및 감독체계는 개선되었을까. 한국 해운조합이 선임한 운항관리자가 연안여객선의 안전 운항에 관한 지도 및 감독을 하게 되어 있었지만 세월호의 운항관리자는 과적, 부실고박을 적발하지 않았으며 '현원과 화물량'을 빈칸으로 남겨둔 '출항 전 여객선 안전점검 보고서'에 서명하고 배를 출항시켰다. 인천항을 출항할 당시 이미 배가 10도 이상 기울어 있었다는데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해운법을 개정했다고 하지만 문제는 법이 아니다. 안전관리 및 감독을 철저하게 하는 분위기가 정착되어야 한다.
해경의 개편은 진정한 '개혁'으로 이어졌을까. 여객선이 침몰하고 있는 현장에 도착했는데 선장과 선원이 승객을 버리고 도주한 사실을 알았다면 당장 그들로 하여금 배로 돌아가 승객을 구하라고 요구하는 해경, 빠른 판단력으로 승객을 퇴선시키는 해경, 항공구조대 뿐만 아니라 어선 등 민간인과 의사소통하면서 승객구조에 최우선을 두는 해경으로 거듭나고 있을까. 상부에 보고하기 위해 수백명을 태운 배가 침몰하는 광경을 촬영하는 것이 얼마나 큰 죄악인지 깨달았을까. 소중한 생명을 구할 시간도 모자라는 재난 현장의 책임자에게 전화를 수시로 하면서 보고를 재촉하는 권력기관의 의식은 바뀌었을까.
사건 당시 '역사에 남을 오보'와 '무성의한 취재'로 '기레기'라는 치욕스러운 별명을 얻었던 기자들 중 진실 규명과 사실 보도를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기억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시민들은 또 얼마나 될까. 그 끔찍한 사건의 생존자를 보듬고 치유하려는 노력은 제대로 기울였을까. 평생 지워지지 않을 고통스러운 경험을 했을 잠수부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감사하고 존경을 표했을까. 유가족의 상처와 아픔을 조금이라도 함께 하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걸까. 3주기에는 이 무수한 질문들에 몇 개라도 답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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