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현대자동차와 시스코가 커넥티드카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했다. 정보통신 기술과 차량을 융합시키는 의미를 넘어 자동차가 생활의 중심이 되는 '카 투 라이프' 시대를 열기 위한 협업이라는 평가다.
19일 현대차에 따르면 이번 '차량 네트워크 기술' 확보는 각 분야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과 협업을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대차는 이달 초 커넥티드카 개발 전략과 기본 개발 방향을 발표하면서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스코와 협업에 대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현대차가 주도하는 미래 커넥티드카와 새로운 모빌리티 패러다임을 조기에 현실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의미를 강조했다. 척 로빈스 시스코 회장도 "현대차와의 협업은 시스코의 디지털화 전략이 커넥티드카 개발과 자동차 산업의 진보로 이어지는 매우 뜻 깊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시스코는 전 세계 네트워크 장비 부문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주력 사업군인 네트워크 라우터와 스위치 분야는 전 세계 시장 60~70%를 차지한다. 기존 자동차는 제어해야 할 데이터 양이 많지 않아 소용량의 저속 네트워크가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미래 커넥티드카는 제어해야 할 장치와 함께 송수신 데이터 양이 방대하게 증가한다. 각종 데이터의 실시간 전달도 필수적이어서 차량 내 초고속 연결망 구축이 필요하다. 현대차는 이에 필요한 최적의 차량 네트워크 기술은 물론 클라우드, 빅데이터, 보안 기술로 구성되는 커넥티드카의 통합 인프라 개발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이번에 현대차를 방문한 로빈스 회장은 지난해 7월 부임 이후 아시아 지역 첫 방문지로 중국이나 일본이 아닌 한국을 택했다. 시스코 최고경영자가 우리나라를 방문한 것은 2009년 이후 7년만이다. 시스코는 모든 사물을 인터넷에 연결해 실시간으로 상호 소통하게 만드는 만물인터넷(IoE)을 새로운 사업기회로 삼고 있다. 커넥티드카의 핵심기술 개발을 위해 현대차와 손잡은 것도 그런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그동안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 부문에서는 독자노선을 걸어왔던 방식과 달리 커넥티드카에서는 협업 전략을 취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보통신 분야 기술들은 혁신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자칫 개발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며 "커넥티드카 개발에 있어 IT 전문 기업들과의 협업은 양사간 전문 분야가 완전히 달라 상호 보완 효과가 크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정보기술(IT) 기업들과 협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포드는 아마존과 스마트홈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폭스바겐은 LG전자, 볼보와 르노닛산은 마이크로소프트, BMW는 삼성전자와 카커넥티비티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GM은 미국의 차량 공유업체에 투자했으며 도요타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합작해 빅데이터 분석회사인 '도요타커넥티드'를 설립했다.
이번 현대차와 시스코 간 협력은 지금까지의 완성차업체와 IT 업체간의 협력 관계와는 달리 유일하게 자동차 회사와 네트워크 전문 기업의 조합이라는 점에서 최상의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로 꼽힐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과감한 혁신성과 시스코의 높은 기술력이 만나 커넥티드카 개발에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대차와 시스코, 양사 모두 커넥티비티 기술을 기반으로 미래 지속가능한 성장방향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은 이번 협업의 성공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