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집결지 여성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공대위 기자회견
이른바 '미아리 텍사스'의 강제 철거가 시작되자 여성계가 "여성 인권적 관점에서 성매매 여성 지원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국가가 오랜 기간 성매매 집결지를 방관·묵인해온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는 22일 '성매매 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들이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아리 성매매 집결지 여성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발족한다고 보도했다.
공대위는 성매매 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 10여곳이 꾸렸다. 이들은 여성가족부와 서울시·성북구 등을 향해 "성매매 여성 지원 예산 편성, 탈성매매 및 자활을 위한 지원 대책 마련, 지역 차원의 지원책 수립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미아리' 성매매 집결지는 1960년대 후반 형성돼 2000년대 전·후 360여개 업소와 3000여 명의 성매매 피해 여성이 머물렀다. 현재는 약 50개 업소, 여성 200여명이 남아있다.
이들은 성매매 집결지 여성에 대한 지원은 '국가의 책무'라고 말했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국가는 기지촌을 비롯한 '특정 지역'을 지정해 사실상 성매매를 허용하고 조장·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국가 폭력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어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위해 국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재개발이 아니라 성매매 피해 여성에 대한 회복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여성가족부·서울시·성북구는 성매매 여성들이 실질적인 탈성매매와 자립이 가능하도록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 대표는 국가가 성매매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도 기지촌 등 특정 지역에서는 사실상 성매매를 묵인하고 조장해왔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성매매 여성들의 인간적 존엄이 침해됐으며, 이는 사실상 국가가 직접 가담한 폭력이라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서울시가 '미아리' 성매매 집결지가 포함된 신월곡 1구역에 대해 재개발을 결정하면서 지난해 12월 본격적인 철거 작업이 시작됐다. 올해 2월 1차 구역 철거가 완료됐고, 6월까진 2차 구역 철거가 진행될 예정이다. 성매매 업소 다수는 3차 구역에 있는데 세입자 이주 완료 뒤 7월부터 철거가 예정돼 있다.
이룸 노랑조아 반성매매인권행동 활동가는 "집결지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쓸모가 다했을 때 버려지는 소모품이 아니다"라며 "성매매를 단속하면서도 동시에 집결지를 통제·관리하는 이중적 태도로 성산업을 묵인해온 국가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공대위는 이날 여성가족부에 면담을 요청하고 시민 서명도 함께 전달했다. 단체는 "성매매 여성들이 안정적으로 이주하고, 성매매 없이도 살아갈 수 있도록 생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관련 조례와 제도를 실효성 있게 집행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미아리 텍사스에 거주하다 강제 퇴거한 일부 성매매 여성은 현재 이주 대책을 마련해달라며 성북구청 앞에서 천막을 세우고 노숙 농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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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청은 이들이 전날까지 자진 철거하라는 통보를 이행하지 않자 28일 오후 6시를 시한으로 행정대집행을 계고한 상태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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