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서 까먹는 진실 - 시험기간 금칙 7종세트
[아시아경제 권성회 기자] 대학생들이 가장 바쁠 때, 바로 시험기간이다. 각 대학들이 중간고사에 돌입하고 있는 지금, 대학생들의 마음은 초조함 반, 귀찮음 반일 것이다. 새내기들은 대학 학점이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할 테고, 2학년 이상은 그동안 깎아먹은 학점을 복구하려고 애를 쓸 것이다.
그러나 시험기간 만큼 갖가지 유혹들이 대학생들을 괴롭히는 때는 없다. 목표하는 학점을 얻기 위해선 이 유혹들을 떨쳐내야 한다. 그러나 이 유혹들로부터 자유로운 학생은 단연코 없다고 장담할 수 있다. 그래서 준비했다. 시험기간에 절대 해선 안 될 7가지다.
1. 철야: 밀린 공부 밤새워서 하겠다고?
대학생들이 시험기간을 앞두고 가장 쉽게 빠지는 유혹이 바로 밤샘 공부다. 그동안 제대로 하지 못한 공부를 위해 최대한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자 철야 모드에 돌입하곤 한다. 그 긴 시간동안 온전하게 공부를 하면 다행이다. 그러나 수면부족은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 생체리듬이 바뀌면서 피로감을 더 느낄 수도 있다.
철야의 최대 위험은 바로 술이다. 밤 12시가 넘어가면 친구가 맥주 한잔만 마시고 공부하자 한다. 과연 맥주만 마실까. 치킨도 한 마리 시키게 된다. 술과 함께 하하호호 떠들다 보면 시간은 훌쩍 간다. 술김에 눈꺼풀도 점점 무거워진다. 아침이 지나고 시험을 치고 나오면 ‘집에서 미리 공부해둘 걸’이라는 후회가 잔뜩 몰려온다. 공부는 미리미리 평소에 해두자.
2. SNS: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이 손에 쥐어져 있었다고?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는 유독 시험기간에 더욱 재밌다. 시험공부가 너무 힘들다며 교재와 노트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기만 해도 ‘시험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D받아도 좋으니 시험기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시험 끝나고 놀러갈 사람~!’ 등등의 댓글들이 순식간에 달린다. ‘좋아요’도 평소보다 세 배나 많다.
다른 사람들이 사는 모습도 얼마나 재밌어 보이는지 모른다. 시험 때문에 투덜대는 친구, 휴학했다며 자기도 시험공부하고 싶다고 약 올리는 친구, 해외대학 시험은 더 어렵다며 분노하는 교환학생 가 있는 친구까지. 굳이 댓글은 달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의 생활을 몰래 엿보는 재미가 있다. 이제 그만하고 다시 공부해야지 다짐하는 순간. 아뿔싸! 3시간이나 훌쩍 가 있다. 스마트폰은 다시 건들지 않겠다고 한쪽으로 치워두지만 곧이어 알람음이 울린다. “까똑!”
3. PC방: 밀린 인강 들으러 간다고?
학교 내 컴퓨터실은 시험기간이면 빈 자리를 찾아볼 수 없다. 도서관 내 비치된 컴퓨터들도 누군가 다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참 부지런하다. 개강 때부터 출석체크만 해놓고 거의 듣지 않은 인강을 듣기 위해 학교 근처 PC방으로 향한다. 나 말고도 공부하기 위해 PC방을 찾은 학생들이 많다. 인강을 두 개쯤 다 들었을 때 슬슬 지루해진다.
그 지루함을 깨기 위해 게임을 딱 한판만 하기로 한다. 전투가 격렬하게 치러진다. 다른 유저가 부모님의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끝장을 봐야겠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4. 웹툰 정주행: 클릭 한 번 했는데 200회 다 봤다고?
5분만 쉬기로 하고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어젯밤 공부하다가 일찍 자느라 못 본 웹툰을 챙긴다. 도서관에서 숨죽이며 낄낄대면서 본다. 그러다 갑자기 친구가 추천해준 완결 웹툰이 생각났다. ‘잠깐이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첫회부터 보기’를 클릭한다. 그 친구가 추천해준 건 매번 재미없었는데 이번엔 유달리 재밌다.
10회까지만 보기로 하고 엄지손가락 운동을 계속 한다. 주인공의 정체가 궁금하다, 비련의 여자주인공이 갑자기 아프다, 갑자기 등장한 저 캐릭터는 왜 저러는가 고민해보니 어느새 마지막회다. 결론이 참 맘에 든다. 대장정을 함께 해냈다는 기분에 절로 뿌듯해진다. 내일 시험은 포기하고 모레 시험부터 준비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웹툰이든 드라마든 예능이든 모든 정주행은 위험하다.
5. 소설책 보기: 책 잠깐 보면 전공서적도 잘 읽을 것 같다고?
전공서적만 주구장창 읽으니 눈도 아프고 머리도 아파온다. 흰 건 종이요, 검은 건 글씨다. 책꽂이를 보니 TV에도 자주 나오는 유명 멘토의 ‘힐링 자기계발서’가 눈에 띈다. 공부로 지친 마음 힐링받고 싶다는 마음에 바로 책을 꺼내든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세요’ ‘남에게 등떠밀려 살지 마세요’ ‘한 번 마음 먹으면 바로 실행에 옮기세요’ 등 너무나도 공감 가는 말들이 내 마음을 훔쳐 버린다. 어렸을 때 이렇게 책을 열심히 읽었더라면 공부도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이 후회는 다음날 더 큰 후회로 다가온다. 어제 그 책을 안 읽었더라면 더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6. 낮잠 자기: 30분만 잤다 일어나면 체력 충전이 될 거라고?
오늘 1교시부터 3시간짜리 시험을 봤더니 너무 힘들다. 내일 시험이 오전 오후 하나씩 남았지만 오늘 오후엔 다행히도 아무런 일정이 없다. 예상 공부 시간은 3시간씩 총 6시간. 점심 먹고 열심히 공부하면 저녁 먹을 때까지 끝낼 수 있다. 점심을 든든하게 먹고 나니 배가 너무 부르다. 새벽부터 깼더니 너무 피곤하기도 하다. 딱 30분만 자기로 한다. 적당한 오침은 머리를 상쾌하게 해주고 체력을 보충시켜 준다. 그 지옥 같던 군대에서도 혹서기에는 오침시간을 주지 않았던가!
이렇게 자기합리화를 해가며 도서관에서 소파를 찾는다. 매우 푹신하니 앉자마자 눈이 스르륵 감긴다. 꿈에서 전 과목 A+를 받았다. 예상치도 못한 성적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마치 갑자기 찬바람을 쐰 듯 닭살이 올라온다. 기쁜 마음에 뜬 눈. 바깥 공기가 점점 차가워지는 저녁 6시다. 그래도 저녁에 바짝 공부하면 되기 때문에 그나마 안전하다.
7: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기: 여럿이서 함께하면 집단지성 발휘될 거라고?
시험기간 묘미 중 하나는 노트 돌려보기다. 꼼꼼한 필기가 보장돼 있다면 전설 같은 선배의 7년 전 노트도 여기저기서 얻으려고 난리다. 선배의 지식을 물려받을 수 없다면 차선책은 동기들끼리 교재와 노트를 공유하는 것이다. 내가 놓친 부분을 동기에게서 얻기 위함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유효하다. 잘 모르는 부분은 서로 질문하고 답변하는 아름다운 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여럿이서 공부하는 걸 선호하는 학생들이 많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꼭 붙어 다닌다. 맞은편에 앉은 친구들과 경쟁적으로 공부하다 보니 금방 피로가 쌓인다. 친구가 목마른데 음료수나 한 잔 하자며 불러낸다. 도란도란 이야기꽃이 피어난다. 함께 밥을 먹고 나니 산책이 하고 싶어진다. 학교를 한 바퀴 돈다. 도서관에 들어오니 잠이 쏟아진다. 깨워줄 사람이 있으니 서로 15분씩만 자기로 한다. 늦은 오후가 되니 웬만큼 많이 공부했다는 생각이 든다. 대충 마무리하고 친구와 손잡고 PC방 혹은 카페로 향한다.
번외 - 시험이 끝난 후 해선 안 될 것
*교수님 연구실 무단침입
드디어 중간고사가 끝났다. 썩 만족스러운 답안지를 제출하지는 못했다. 이번엔 꼭 성적우수장학금을 받아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려야겠다는 시험 전 각오가 떠오른다.
며칠 전 본 뉴스가 생각났다. 정부종합청사에 무단침입해 성적 조작을 한 공무원 준비생의 이야기. 순간 유혹이 솟아오른다. 정부종합청사도 뚫리는데 교수님 연구실이라고 못 뚫을쏘냐. 하지만 이내 단념하고 양심 있는 학생으로 졸업하기로 마음먹는다. 교수님 연구실 출입문 옆에는 비밀번호가 적혀 있지 않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권성회 기자 stre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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