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DTI·LTV 완화 재연장에 부정적…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등 논의 부각될듯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지난해 반짝 활기를 찾았던 부동산 시장은 지난 2월 서울 및 수도권 지역 신규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원리금 상환을 의무화하면서 급격히 꺾이기 시작했다. 매매거래량이 급감하고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더해지면서 시장 침체의 그림자가 공포를 안겼다. 주담대 대출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오는 5월부터 전국으로 확대 적용된다.
이런 가운데 16년 만에 부활한 '여소야대' 정국은 주택시장에 또 다시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전월세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 논의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점 외에도 7월 일몰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재연장 여부가 도마에 오르게 된 것.
야권은 대출규제 완화 재연장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내수를 살리기 위한 정부와 여당의 DTIㆍLTV 규제 완화 카드에 대해 서민주거 안정에 가장 큰 위협으로 작용하는 가계부채를 가장 빠르게 증가시키는 요인이라며 줄곧 반대 입장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인위적 집값 부양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0대 총선 정책공약집을 통해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1370만원이었던 1인당 빚이 지난해 말 현재 2385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며 가계부채 관리를 중점 해결과제로 지목했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야권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제 올해 1∼2월 중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5조4000억원 정도로 2010∼2014년 기간 1∼2월 증가액 평균치(2조원)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앞서 정부ㆍ여당은 지난 2014년 8월 당시 각각 50%와 60%였던 DTIㆍLTV 비율을 각각 1년 동안 60%와 70%로 완화시켰다. 지난해 경기회복 속도가 더디게 진행되자 1년 더 연장키로 했다. 이를 두고 야당과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저성장기 가계부채 폭발 뇌관이 될 수 있다며 일몰시켜야 한다고 맞선 바 있다.
숫적으로 우위에 선 야당이 정부ㆍ여당의 주장을 무력화시킬 경우 올해 정부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의 강화로 주택거래량이 급감한 부동산시장이 '2차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DTI와 LTV 재연장이 무조건 무산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우선은 신중론이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올해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도입으로 시장이 냉각되고 있지만 DTIㆍLTV 규제 강화는 더 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2011년 DTIㆍLTV 부활도 저성장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경기부양책의 일환이었던 만큼 장기침체 국면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주택시장 분위기가 지난해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가 다시 가라앉고 있는 만큼 무턱대고 대출 규제를 강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점도 가세한다. 현재의 DTI와 LTV 수준이 외국에 견줄 경우 과도하게 완화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주택 거래량이 감소하면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고, 거시적으로 국내총생산(GDP)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DTI와 LTV를 예전 수준으로 축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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