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근목 대우건설 기술개발팀 대리…드론레이싱 국가대표, 국내 상금 톱
드론 직접 개발해 시화호 항공촬영…유속 흐름·해안선 모습 사진 담아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2009년 서울에서 40㎞ 가량 떨어진 시화호조력발전소 공사현장에 작은 무인비행체(드론)가 떠올랐다. 드론은 시화방조제 인근을 빙빙 돌며 항공촬영을 시작했고, 유속의 흐름과 해안선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왔다. 최근 들어서야 드론에 대해 세계적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7년 전 시화호에서 상업적으로 활용할 물꼬를 튼 것이다.
당시 드론을 만들고 조종했던 사람은 송근목 대우건설 기술개발팀 대리. 그 덕분에 시화호를 막아 물과 해수를 순환시키며 전기를 만들어내는 단계에서 현장 관계자들은 해수의 흐름을 쉽게 관측할 수 있었다. 지금도 그는 대우건설의 스마트컨스트럭션(DSC)에서 IT와 드론 업무를 맡고 있다. 7년 전 드론 항공촬영은 대우건설이 건설현장에서 드론을 한 발 앞서 활용하게 된 계기가 됐다.
그는 2007년 입사 직후 시화호조력발전소 건설 현장에 파견된 뒤 유튜브를 통해 처음 드론을 접했다. 윈드서핑이나 경비행기 등 익스트림스포츠를 즐겼던 그가 외진 공사현장에 머물며 드론을 새 취미로 삼게 됐고, 이를 현장에 응용하기에 이르렀다. 송 대리는 "여유시간이 부족했던 상황에서 드론이 촬영한 영상을 보고 가슴이 뛰었다. 당시 현장에서 유인비행기나 헬리콥터를 이용해 항공사진을 얻곤 했는데 여기에 투입되는 비용과 시간이 줄이기 위해 드론을 직접 제작했다"고 했다.
송 대리는 현재 국내에서 손꼽히는 드론 전문가다. 한국드론레이싱협회(KDRA) 국가대표를 맡았고, 각종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국내상금랭킹 1위에 올라있다. 7년 전, 국내에선 생소하기만 했던 드론을 공사현장에서 활용한 게 첫 발걸음이었던 셈이다. 대우건설의 전폭적인 지지도 있었다. 지난달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 드론 레이싱 대회(World Drone Prix)'에 대우건설이 후원사로 나섰다. 총 상금만 100만달러에 이르는 이 대회는 중동의 부호 만수르가 상금을 지원해 화제가 됐다. 대우건설은 당시 출전했던 한국 선수들 모두를 지원했다. 송 대리가 아시아 최초로 16강에 진출한다는 소식에 내부에서 하루만에 결정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송 대리는 대우건설은 물론 관공서를 다니면서 '드론 전도사'로 맹활약 중이다. 드론으로 공정사진을 촬영하는 것은 물론 3차원 애니메이션으로 2차 가공시켜 건설공정을 3차원으로 확인하고 시공 후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도 있게 한다. 그는 "드론이 찍어온 동영상과 사진이 1차 생산물인데 이것을 어떻게 얼마나 더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이 콘텐츠들을 모델링해 건설공정을 애니메이션화하면 의사소통이 편해진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가상현장을 통해 드론의 효용성을 확인했다. 현재는 용인 우회도로 현장과 아산~천안 고속도로 1공구, 송도 에듀프루지오 현장 등 3곳에서 드론을 시범 적용하고 있다. 2018년엔 모든 현장에 드론을 배치할 계획이다. 드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서다. 드론으로 사진을 찍고 컴퓨터로 가공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3시간. 현재 각 현장에서 직원들이 일주일에 3~4번 높은 지대를 찾아 오르내리며 사진을 찍는데 들이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현장에 자주 가볼 수 없는 임원들에게 전체 그림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드론에 관심을 가진 직원들에게 앞으로 활용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송 대리는 앞으로 드론을 비롯한 IT기기를 통해 현장의 무인화까지 예상하고 있다. 가령 굴삭기와 덤프트럭을 무인으로 움직이고 드론이 이를 관제하면서 작업량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는 얘기다.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는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도 한다. 송 대리는 "드론을 통해 업무 효율을 얼마든지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시공 중은 물론 완공 후까지 활용범위가 더 넓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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