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을 탐색하며 기록한 작은 음악들
[아시아경제 ]그런지(Grunge)의 역사를 논할 때 스톤 템플 파일러츠(Stone Temple Pilots)는 빠지지 않고 언급되지만 이들에게 주어진 자리는 뒷자리였다. 대중적 인기는 폭발적이었으나, 비평가들에게 있어 이 샌디에이고 출신의 4인조는 너바나(Nirvana)와 펄 잼(Pearl Jam), 앨리스 인 체인스(Alice in Chains) 등 시애틀 출신 그런지 적자(嫡子)들의 사이드 킥이었을 뿐이었다. 모조품이라는 혹평은 나름 일리가 있었기에, 상업적 성공과 별개로 밴드를 괴롭혔다.
세 번째 앨범
록을 중심으로 모인 수록곡들의 성격은 상당히 다양하다. 매끈한 도입부와 파괴적인 코러스가 야누스적인 매력을 풍기는 ‘Art School Girl’과 차분한 ‘And So I Know’, 제목 그대로 끈적끈적한 ‘Adhesive’는 변폭은 상당히 넓다. 듣자마자 입술이 바짝 마를 듯 건조한 기타 톤을 그루브하게 밀고 나간 ‘Big Bang Baby’는 싱글로 차트를 노리기에 손색없다. 무쌍한 변화 와중에도 후련한 리프의 ‘Pop’s Love Suicide’와 따듯한 기타사운드의 ‘Lady Picture Show’와 같은, 얼터너티브의 팬들에게 소중히 기억될 트랙을 만들며 자신의 본분을 다 한다.
더하여, 데이빗 보위와 시기가 겹치는 바람에 조용히 지나간 감이 있지만 지난 12월 스톤 템플 파일러츠의 보컬이었던 웨일랜드가 유독 약물 합성에 의해 48세로 세상을 떴다. 명복을 빈다.
■ '서덕의 디스코피아'는 … 음반(Disc)을 통해 음악을 즐기는 독자를 위해 '잘 알려진 아티스트의 덜 알려진 명반'이나 '잘 알려진 명반의 덜 알려진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코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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