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수습기자] 13일 국회의원 선거 투표 열기는 오후가 되면서 더욱 뜨거워졌다. 오전에 조금씩 내리던 비는 정오가 지나면서 완전히 그쳐 투표소를 찾는 주민들의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했다.
이날 오후 1시50분께 서울 종로구 재동초등학교에 마련된 가회동 투표소에는 40여명의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70대 할머니부터 부모님을 따라온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투표소를 찾았다.
군인이었던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한 번도 안 빠지고 투표를 했다는 이옥순(84) 할머니는 "대한민국 사람 중에 투표 안 한 사람은 벌금을 매겨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오늘 투표하러 와서 한참 기다렸다"며 "예전에 비해 투표 열기가 더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투표소를 찾아 오랜만에 이웃을 만난 주민들도 있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던 한 주민은 오랜만에 만난 이웃에게 안부를 묻기도 했다. 투표를 마친 몇몇 할머니들은 학교 운동장 한편에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박민식(30)씨는 "뉴스를 보면 특히 20~30대 투표율이 저조하다는 얘기가 많아 나라도 투표를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오기 전에 공약을 꼼꼼히 봤는데 요즘 젊은층 취업이 잘 안되니까 이런 쪽에서 열심히 일 할 만한 후보를 찍었다"고 했다.
종로1·2·3·4가동 제1투표소가 있는 서울 종로구 경운동 교동초등학교에는 오후 4시 1190여명의 유권자가 투표를 했다.
몇몇 유권자들은 투표를 마친 후 답답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낙원동에 사는 송모(48)씨는 "지금 경제가 너무 안 좋으니까 살기가 너무 힘들다"며 "매번 선거 때마다 느끼지만 당선자들이 서민을 위해 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들, 딸과 함께 온 최미영(34)씨는 "항상 변화된 세상이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투표장을 찾는다"고 했다. 그는 "후보를 선택할 때 복지 공약을 주로 봤다"며 "최근 아동학대나 성폭력이 심한데 아이 키우는 엄마다보니 그런 쪽 공약도 참고했다"고 말했다.
입원 중 환자복을 입고 휠체어에 탄 채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도 있었다. 서울시설관리공단 직원의 도움을 받아 이곳에 온 정재벌(76)씨는 건물 화재로 다쳐 병원에 5년째 입원 중이라고 했다. 그는 "몸은 아파도 투표는 국민에게 주어진 권리니까 당연히 해야한다"며 "나도 몸이 이렇지만 아픈 사람을 위한 지원이 잘 없더라. 서민을 위해 일할 만한 후보를 뽑았다"고 했다.
한편 종로구는 오후 5시 현재 유권자 13만5210명 중 7만8000여명이 투표를 마친 것으로 집계됐다. 투표율은 58.1%로 전국 평균인 53.4%를 상회했다.
문제원 수습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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