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실리콘밸리서 키운 기술, 하나둘 빛 본다

삼성페이, 스마트싱스 이어 IoT 냉장고, VR 등 완제품에 잇따라 기술적용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육성 전략이 하나둘 빛을 발하고 있다. 모바일결제 '삼성페이', 사물인터넷(IoT) 헬스케어 제품인 '슬립센스'에 이어 다양한 완제품에 스타트업 기술이 탑재되고 있다. 가족들의 메시지와 사진을 모바일 기기로 공유하는 '스티키보드' 기술을 냉장고에 적용한 데 이어, 삼성전자가 육성 중인 '퍼치'는 냉장고 TV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통해 집 안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해 지난해 말 베타서비스를 출시했다.

내부역량 강화를 통한 경쟁력 키우기에 집중하던 삼성전자가 스타트업, 벤처 등과 협업을 강화하는 것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 부회장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ㆍ벤처를 인수하거나 지분을 확보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활발히 모색하고 있다. 삼성이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연구 시설에서 아이디어를 발굴,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 시스템에서 키워 삼성 외 제품까지 확장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액셀러레이터는 될성부른 벤처를 초기부터 키우는 삼성의 시스템으로, 실리콘밸리와 뉴욕에 설립돼 있다.

최근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기술 중 제품에 탑재된 대표적인 사례는 '스티키 보드'다. 가족들이 해당 앱을 각자의 모바일 기기에 설치하고, 앱에 본인의 스케줄이나 사진, 메모를 등록하면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일정이나 사진을 공유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단순히 냉장고에 이 기술을 적용했을 뿐 아니라 액셀러레이터를 통해 별도의 회사로 키워내고 있다. 안드로이드, iOS 등 다양한 운영체제에서 이 앱을 등록하면 가족 구성원들이 일정을 공유할 수 있다. 아직 제품 출시단계는 아니지만 삼성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최근에는 VR(가상현실), IoT와 관련된 기업들이 특히 눈에 띈다.

최근 액셀러레이터에 합류한 소이(Soy)는 목소리로 집안의 다양한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매일 저녁 8시에 불을 꺼줘"라고 말하면 마치 집안에 비서가 있는 듯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뉴스나 날씨 등 다양한 정보를 목소리로 제공해주는 스칼렛(Scarlet), 가전제품을 실시간 홈모니터링 시스템으로 바꿔주는 퍼치(Perch) 등도 대표적인 IoT 관련 기업이다.

최근 삼성이 미래 먹거리로 지목한 VR과 관련된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도 눈에 띈다. 액셀러레이터에 입주한 프레스토(Presto)는 몸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를 부착한 스마트워치와 VR을 연동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스마트워치와 VR을 착용하고 축구 게임, 운전 시뮬레이션 등이 가능해진다.

삼성전자는 2011년부터 미국 실리콘밸리에 대규모 투자를 시작, 자체 연구조직을 늘릴 뿐 아니라 현지 신기술 벤처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2012년과 2013년에는 벤처 투자 및 M&A를 담당하는 SSIC와 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GIC)를 잇달아 설립했다. 될성부른 벤처를 초기부터 키우는 삼성액셀러레이터도 세웠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 사물인터넷 허브인 스마트싱스 등이 모두 실리콘밸리에서 키운 기술에서 기반한 것"이라며 "앞으로 스타트업과 연계해 기술을 적용하는 사례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