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양종희 KB손해보험(옛 LIG손보) 사장은 정통 뱅커(은행원)다. 1989년 국민은행에 입사한 후 27년간 은행원으로 살아왔다. 그러던 그가 '보험맨'으로 변신중이다. 양 사장은 11일 "보험 설계사들의 고객에 대한 애정과 열정은 놀라운 구석이 있다"며 "이 힘이야말로 금융기업을 성장시키고 발전시키는 경쟁력의 원천임을 실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취임한 지 불과 한달을 맞은 양 사장에겐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양 사장은 최근 KB손보의 '연도대상 시상식'을 직접 주재했다. 연도대상이란 1년 동안 보험사에서 가장 영업 실적이 좋은 설계사들을 선정해 상도 주고 격려하는 자리다. 보험 설계사들과는 공식적으로 처음 만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은행 생활만 했던 양 사장의 입장에선 생소할 수밖에 없었지만 양 사장은 생애 처음으로 보험 설계사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듣게 됐다.
"365일 중 360일을 일했다. 가족에 소홀한 것 같아서 미안하다. 이 모든 영광엔 남편의 내조가 있었다. 가족에게 감사한다"(대상을 받은 A씨) "고객관리 업무를 하다보면 새벽 2시까지 업무를 처리해야 할 상황이 생긴다. 옆에서 시험공부하는 아들과 서로를 격려하고 잠을 깨워주면서 일했다"(또 다른 대상을 받은 B씨). 90세까지 현역 설계사로 뛰면서 공로상을 받은 C씨는 "부모님 제사를 지내다가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의 전화를 받고 달려나간 적이 있다"고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양 사장은 "보험설계사의 고객에 대한 열정과 애정은 은행원 입장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라며 "제가 오늘 여러분에게 많이 배우는 자리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양 사장은 2014년 KB금융지주 전략기획담당 상무를 지내며 KB손보의 인수를 성사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런 그가 지난해 말 KB손해보험의 신임 사장으로 내정되자 "보험을 모르는 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기우(杞憂)가 됐다.
양 사장은 KB손해보험의 기업 문화도 '조심스럽게' 바꿔가고 있다. KB의 문화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험사만의 문화도 잘 살려내고 발전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내부 관리는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부문장에게 권한을 대부분 위임해 책임경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자율과 책임은 동전의 양면이기 때문이다. 양 사장은 "신나게 내맘대로 해보는게 중요하다. 1주일에 임원회의는 딱 한번만 한다"며 "다만 끝에는 프리젠테이션(PT) 대신 직원들에게 물어보는 방식으로 한번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사장은 1961년생으로 전주고,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했다. 1989년 국민은행에 입행해 2008년 국민은행 서초역지점 지점장, 2010년 KB금융지주 경영관리부장, 2015년 KB금융지주 부사장을 거쳐 지난 3월 KB손해보험 사장에 취임했다. 뱅커 출신의 보험사 사장이 그려나갈 KB손해보험의 성공담을 손해보험업계는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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