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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칼럼]세 개의 4ㆍ13 - 임정, 호헌, 그리고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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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칼럼]세 개의 4ㆍ13 - 임정, 호헌, 그리고 총선 박명훈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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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에 물들었던 역사가 되살아나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설 때가 있다. 4ㆍ13이 그렇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4ㆍ13총선의 '4월13일'이란 날짜에서 운명인 듯 깃들어 있는 역사의 엄숙한 메시지를 본다. 독립과 민주화, 헌법이다.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헌법 논쟁'이나 다시 불붙은 경제민주화 공방은 역사가 불러낸 필연의 수순인 듯싶다.


우리 역사에는 깊이 새겨진 두 개의 '4월13일'이 있다. '임시정부수립'과 '호헌선언'이다. 앞은 국권회복과 독립을 위해 1919년 상하이에 임시정부를 세운 날이고, 뒤는 1987년 5공화국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외면하고 개헌논의를 중단시킨 날이다. 역사의 음영이 뚜렷한 두개의 4월13일. 이틀 후 또 하나의 4ㆍ13이 기다린다. 20대 국회의원 300명을 뽑는 총선의 날이다. 세 번째 4ㆍ13, 2016년 총선이 역사에 어떤 흔적을 남길지는 이제 유권자의 선택에 달렸다.

물론 역사적 의미를 되새겨 총선일을 잡은 것은 아니다. '국회의원 선거일은 그 임기만료일전 50일 이후 첫 번째 수요일로 한다.'는 공직선거법 34조에 따라 자동적으로 결정됐다. 19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는 날은 5월30일, 그 50일 전은 4월10일, 그로부터 첫 수요일이 바로 4월13일이다. 그렇다하더라도 세 개의 4ㆍ13은 오묘하다.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 선거와 민족의 독립염원이 담긴 임시정부 수립, 민주화 열망에 기름을 부은 호헌선언이 같은 날짜에 이뤄진 것은 단지 역사의 우연일까.


임시정부를 떠올리며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를 다시 펴 보았다. 3ㆍ1운동 직후 백범은 고향을 떠나 중국 안동을 거쳐 상하이에 도착, 동지들을 규합해 임시정부를 세운다. 백범일지는 18장 '상해로 가다' 편에서 그 때를 이렇게 적었다.

'동지들을 심방하여 이동녕, 이광수, 김홍서, 서병호 등 동지들을 만났다. 임시정부는 그 때에 조직됐다.(중략) 나는 내무위원의 한 사람으로 피선되었다.' 백범이 경무국장인 안창호에게 임정 청사 '문지기'를 청원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이 대목에서 나온다.


임시정부를 헌법에 실어 정통성을 살려 낸 것은 역설적으로 4ㆍ13호헌조치다. 호헌에 저항한 민주화의 결실로 1987년 12월 제9차 개헌이 이뤄지면서 헌법 전문에 처음으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4ㆍ13호헌선언이 국민적 저항을 불렀고, 민주항쟁으로 쟁취한 새 헌법에 '임시정부'를 명시하며 건국의 시원으로 자리한 것이다.


1987년 개정 헌법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상징처럼 돼버린 '경제민주화'라는 단어가 119조 2항에 들어간 것도 그 때다. 이번 총선에서는 헌법논쟁이 유난히 많았다. 새누리당 내부 갈등의 핵이었던 유승민 의원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2항을 외쳤다. 강봉균 새누리당 선대위원장과 김종인 더민주당 대표는 "경제민주화는 포퓰리즘" "헌법은 읽어 봤느냐"며 설전을 벌였다.


100년 가까운 시공을 넘어 '4ㆍ13 임정'과 '4ㆍ13호헌', 그리고 현재진행형인 '4ㆍ13 총선'이 역사의 끈으로 묶여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경이롭다. 그 매개가 나라의 근본 규범인 헌법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역사와 선조들이 간절히 말하려는 '그 무엇'이 있는 것은 아닐까.


총선 후보들은 달아올랐지만 유권자들은 냉랭하다. 최악의 19대 국회를 지켜봤다. 막장 공천과정을 보면서 20대에 대한 기대도 접었다. 공약도 허황하다. 여야가 내건 지역개발공약 사업비만 해도 170조원을 넘어선다. 대책 없는 공약폭탄이다.


이번 총선이 최악의 공천, 최악의 투표, 최악의 선거로 막 내린다면 그 또한 역사의 기록이 될 것이다. 하지만 '헌법'으로 묶인 4ㆍ13의 집요한 인연이 그렇게 허망하게 끝날까.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과 권리, 의무를 강조한다. 총선일이 4월13일로 잡힌 것은 최악의 상황에 굴하지 않고 독립과 민주화 열망을 불태웠던 뜨거운 역사를 잊지 말라는 헌법정신의 준엄한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박명훈 주필 pm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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