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일 5언더파 몰아쳐 "20년 만의 잉글랜드 챔프", 스피스 '12번홀의 악몽' 공동 2위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5타 차 뒤집기.'
'유럽의 전사' 대니 윌렛(잉글랜드)이 기적을 연출했다. 11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파72ㆍ7435야드)에서 열린 80번째 마스터스(총상금 100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선두와 5타 차 공동 5위에서 출발해 5언더파를 몰아쳐 기어코 역전우승(5언더파 283타)을 일궈냈다. 잉글랜드 선수로는 1996년 닉 팔도 이후 무려 20년 만이다. 우승상금이 180만 달러(20억7600만원)다.
윌렛이 바로 지난 2월 유러피언(EPGA)투어 두바이데저트클래식 챔프다. 2008년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에 등극한 뒤 프로로 전향해 2012년 BMW인터내셔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달성하는 등 EPGA투어 통산 4승을 수확했다. 지난해 EPGA투어 '플레이오프(PO)'에서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에 이어 2위를 차지해 유럽의 대표적인 선수로 도약하는 등 현재 세계랭킹 12위를 달리고 있다.
이날은 6, 8, 13, 14, 16번홀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쓸어 담는 퍼펙트 플레이를 펼쳤다. 무엇보다 평균 1.58개의 '짠물퍼팅'으로 오거스타내셔널의 악명 높은 '유리판 그린'을 완벽하게 제압했다는 게 의미있다. 4라운드 동안 '3퍼트'는 딱 한 차례뿐이다. 이번 대회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다는 대목이 재미있다. 아내 니콜의 출산 예정일이 마스터스기간과 겹쳤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내가 지난 1일 아들을 순산해 가벼운 마음으로 등판했다.
조던 스피스(미국)는 반면 버디 7개를 솎아내고서도 보기 4개와 12번홀(파3)에서 쿼드러플보기라는 치명타를 얻어맞아 다 잡았던 우승을 윌렛에게 상납했다. '아멘코너의 중심' 12번홀에서 티 샷이 그린 앞 워터해저드로 직행한 게 화근이 됐다. 1벌타를 받고 드롭존에서 친 세번째 샷마저 물에 빠졌고, 다섯번째 샷은 그린 뒤 벙커에 떨어져 결과적으로 '6온 1퍼트' 쿼드러플보기가 됐다.
13, 15번홀에서 버디 2개를 잡아내면서 막판 추격전을 재개했지만 남은 홀이 별로 없었다. 17번홀(파4) 보기로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와 함께 공동 2위(2언더파 286타)에서 입맛을 다셨다. 지난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이어 7라운드째 선두를 독점했던 화려한 질주가 '12번홀의 악몽'에 물거품이 됐다.
매킬로이의 골프역사상 여섯번째 '커리어그랜드슬램'이라는 대기록 역시 무산됐다. 버디 7개와 보기 6개로 1언더파를 작성했지만 공동 10위(1오버파 289타)에 그쳤다.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가 이 그룹에 합류했다. 베른하르트 랑거(독일)의 '노장돌풍'은 7오버파의 난조로 공동 24위(6오버파 294타)에서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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