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글거리는 벚꽃인파에 지친 그대, 여기 마실 가면 눈호강에 입호강
벚꽃이 절정이다. 진해 군항제 등 곳곳에서 벚꽃 관련 축제 소식이 들리고 서울에서도 여의도 윤중로에 벚꽃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겨우내 이 봄만 기다렸던 벚꽃은 흐드러지게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고 살랑이는 봄바람에 날리는 꽃잎은 굵고 탐스럽게 흩뿌려져 벗과 마주앉아 든 술잔 위에 내려앉을 것 같다.
이 무렵의 벚꽃 구경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유명하다는 벚꽃 명소에는 발 디딜 틈이 없고 화사한 꽃을 배경으로 사진이라도 찍으려고 하면 어째 앵글 안에 꽃잎보다 구경하는 사람들 머리통이 더 많다. 벚꽃 축제에 갔다 와서 꽃구경은 고사하고 사람 구경만 실컷 했다는 자조 섞인 경험담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게다가 주말이나 연휴에 가족들과 함께 나서면 벚꽃 명소 인근의 교통 체증과 주차난으로 진이 빠져 활짝 핀 꽃구경만으로는 찌푸려진 인상을 펴기 어렵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 바꾸면 사람에 치이지 않고 벚꽃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남들 다 가는 여의도가 아니어도 흐드러지게 벚꽃이 만개한 곳은 주변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중 윤중로 부럽지 않는 동네 벚꽃 명소를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꽃구경 뒤 그 동네서 만날 수 있는 '맛집' 안내는 덤이다.
방배동 삼호아파트의 벚꽃터널 = 방배동 삼호아파트의 벚꽃은 알음알음 입소문이 났다.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방배동 삼호아파트를 찾으면 벚꽃이 연관 검색어로 나올 정도다. 찾아가는 길은 쉽다. 방배동 카페골목에서 이수교차로 방면으로 걷다보면 오른쪽에 삼호아파트가 자리하고 있다. 지하철은 동작역이 가깝다.
지금 이곳을 찾아가면 아파트 동과 동 사이에 난 길 좌우로 벚꽃나무가 있어 마치 벚꽃터널을 통과하는 것 같다. 단지 내 농구장부터 시작되는 이 터널은 500m 넘게 이어진다. 아파트에서는 벚꽃나무에 300여 개의 청사초롱을 걸었다. 밤에 벚꽃과 불 밝힌 청사초롱이 만드는 야경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이 아파트에서는 자체적으로 오는 9일 벚꽃축제도 연다.
서울 3대 탕수육 = 벚꽃터널을 걷다 배가 출출할 때 바로 식당을 찾을 수 있는 게 이 곳의 장점이다. 방배동 카페골목이 바로 옆에 있어 선택지는 무궁무진하다. 조금 걸으면 요사이 인기를 얻는 방배동 사이길도 있다. 사이길부터는 서래마을이다.
모처럼 꽃구경을 나와 이름난 '맛집'을 가고 싶다면 삼호아파트의 꽃길과 맞닿아 있는 골목에 중식당 '주'가 있다. 조선호텔 중식당 창립멤버로 알려진 주덕성 셰프가 직접 운영하는 곳으로 탕수육이 유명하다. 인터넷 등에서는 서울 3대 탕수육으로 불리고 있다. 다만 명성만큼 찾는 이들도 많아 주말이면 자리를 잡기 쉽지 않다. 기다리는 게 싫다면 바로 근처에 있는 '양양메밀막국수'도 좋다. 메밀 100%로 면을 만드는데 주문을 하면 반죽을 시작한다. 가게 외관은 수수하지만 음식은 정갈하고 정성이 느껴진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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