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아라 인턴기자] 정부서울청사 인사혁신처에 공무원 시험 응시자가 출입통제 시스템을 뚫고 침입해 합격자 명단까지 조작한 사건이 벌어졌다.
6일 행정자치부 정무청사관리소와 경찰청에 따르면 7급 국가공무원 공채 응시자 송모(26)씨는 지난달 26일 정부서울청사의 국가직 공무원 시험을 운영하는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침입했다.
이곳으로 들어가려면 출입증이 있어야만 열리는 게이트를 두 차례 통과해야 한다. 또 출입문마다 청사관리소 소속 방호직원이 24시간 근무를 선다.
그러나 송씨가 응시 전후 정부서울청사를 여러 차례 드나드는 동안 단 한 차례도 방호직원에 제지당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수사에서 송씨는 필기시험을 보기 전에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와 훔친 공무원 신분증으로 청사에 침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송씨는 “지난달 26일 이전에도 훔친 신분증으로 청사에 들어온 적이 있다”며 “시험지를 훔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고 진술해 정부청사 방호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냈다.
특히 정부청사관리소는 연초부터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방호 수준을 강화했는데도 송씨의 침입을 막지 못했다. 2012년에도 정부서울청사에 위조한 신분증으로 침입한 사건이 벌어져 당시 행정자치부는 정부청사 출입시스템을 교체했지만 어이없이 방호체계가 뚫리는 사건이 이번에 또다시 발생한 것이다.
인사혁신처는 외부인이 침입해 담당자 컴퓨터에 접근한 흔적을 닷새가 흐른 지난달 31일에야 발견하고 지난 1일 경찰에 알려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송씨가 시험 담당 공무원의 컴퓨터 전원을 켜고 부팅 중 비밀번호를 삭제하는 방법을 이용해 컴퓨터에 접속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혁신처의 한 관계자는 “담당자가 자기 컴퓨터의 비밀번호가 삭제된 것을 알았으나 외부인의 침입으로 즉각 의심하지 않았고 문서를 대조하다 조작 사실을 알아내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송씨에 대해 사무실 침입과 자기 성적 관련 서류를 조작한 혐의(건조물 침입,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로 전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아라 인턴기자 joar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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