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CJ CGV가 유럽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CGV는 4일 서울 CGV청담씨네시티에서 복수의 공동 투자자와 함께 터키 최대 영화사업자인 마르스 엔터테인먼트 그룹이 발행한 주식 100%를 인수하기로 계약했다. 총 금액은 6억500만유로(약 7919억원). CGV의 양수금액은 약 3019억원으로, 자기자본의 67.82%다. 서정 CGV 대표이사는 "글로벌 1위 컬처플렉스로 도약하기 위해 최고경영진의 장기 부재에도 불구하고 인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마르스는 터키 최대 멀티플렉스 '씨네맥시멈(Cinemaximum)'을 운영하는 극장 사업부와 터키 최대 투자ㆍ배급을 자랑하는 영화 사업부, 영화관 광고를 맡는 미디어 사업부를 두고 있다. 이번 계약에 따라 CGV는 터키 시장에서 영화 상영을 중심으로 투자, 배급, 광고 등 모든 분야의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씨네맥시멈은 앙카라, 이스탄불 등 28개 도시에서 83개 극장, 736개 스크린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약 2400만 명의 관객이 찾아 약 2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터키 박스오피스의 42%를 차지해 1위 극장 사업자로서의 위상을 지켰다. 영화 사업부는 2014년에 투자ㆍ배급에 뛰어들어 현재 터키 시장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미디어 사업부 또한 영화 광고 시장의 87%를 점유하며 절대적인 영향력을 과시한다.
CGV는 선진극장 사업 노하우를 전수하고 4DX, 스크린X 등 특별관을 설치해 터키의 영화 관람 문화를 선도할 계획이다. 또 활발한 투자ㆍ배급 사업을 전개해 다양한 한국영화도 공급할 예정이다. 조성진 CGV 홍보팀장은 "세계 극장 사업자 1위 다롄 완다 그룹은 AMC, 카마이크시네마, 호이츠 등 극장 체인을 넘어 최근 '쥬라기 월드(2015)' 공동 제작사인 할리우드의 레전더리픽처스까지 인수했다"며 "이번 인수로 극장, 투자, 배급 등을 함께 운영하게 돼 한국영화의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인수로 CGV는 국내와 해외 6개국(중국ㆍ미국ㆍ베트남ㆍ인도네시아ㆍ미얀마ㆍ터키)에서 332개 극장, 2589개 스크린을 보유하게 됐다. 완다, 리갈, 시네마크, 시네폴리스에 이어 세계 극장 사업자 5위로 올라섰다. 조 팀장은 "이번 인수는 2020년까지 스크린 1만개를 확보하겠다는 글로벌 전략에 따른 것"이라며 "양적ㆍ질적 성장 동력을 확보해 터키 시장은 물론 인접 지역으로 진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터키는 세계 16위의 인구 대국(7800만 명)으로,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돼 다른 문화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2003년 드라마 '올인'을 시작으로 '해신', '장보고', '주몽' 등 한국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한국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와 '오직 그대만'을 리메이크한 '나의 집은 너다(Evim sensin)'와 '다만 당신을(Sadece sen)' 등이 히트했다. 영화 산업은 최근 5년간 연평균 박스오피스 성장률이 약 20%에 달하지만, 한 사람당 연간 관람 횟수는 0.9회에 머물러 성장 잠재력이 큰 나라로 평가된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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