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 야인으로 돌아가겠다" 입장서 선회
"경제공약 못지킬 것" 野 공세에 "자리 연연않겠다"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총선 이후라도 새누리당에서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총선 후 탈(脫)정치'라는 종전 입장에서 선회한 것이다.
강 위원장은 4일 아시아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총선 후 당에서 도움을 요청하면 (계속 활동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경제정책이라면'이라는 단서를 달면서 이 같이 답했다.
강 위원장은 지금까지 "정치를 이미 떠난 몸"이라며 "총선 이후에는 다시 야인으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3일에는 "당에서 잡지도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당에서 필요하다면 굳이 마다하지 않겠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강 위원장이 '당을 계속 돕겠다'며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은 야권이 여당 공약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강 위원장이 지난 주 발표해 파장을 일으킨 '한국형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 "거시경제정책의 틀을 바꾸는 대대적인 작업인데, 강 위원장은 총선 후 당에 남아있지 않다"면서 "총선 이후에도 이 정책방향을 계속 끌고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강 위원장은 이 같은 야당의 지적에 "김종인 (더민주) 대표는 '총선에서 107석 이하를 얻지 못하면 당을 떠나겠다'고 했는데, 그 당은 그러면 공약을 어떻게 지킬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책은 정책으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정책과 거취 문제를 연결짓는 부분에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또 "새누리당에서 선보인 정책은 열린우리당 때부터 했던 얘기"라면서 "그들은 내가 그 당에 있을 때 정체성이 맞지 않는다고 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강 위원장의 경제정책이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총선 이후 어떤 식으로든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강 위원장이 '행정부에 기용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소문 정도로 보고 있지만 황교안 국무총리 후임이라는 얘기도 당내에서 돌고 있다.
특히 강 위원장과 함께 선대위에서 경제정책본부장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자료를 챙기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정부와 청와대가 소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당 관계자는 "아직은 뭔가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는 게 아니라 소문처럼 시나리오가 돌고 있는 수준"이라면서도 "총선 이후에도 강 위원장의 역할을 기대하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 영입에 적극 나섰던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총선 이후 당정협의를 통해 경제 공약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언급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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