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의 여윳돈이 100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불확실한 미래에 씀씀이를 줄이고 저축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2015년중 자금순환'(잠정)을 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잉여 규모는 지난해 99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조7000억원 늘었다. 이는 2008년 SNA 기준 통계로 역대 최대 규모다.
자금잉여는 예금이나 보험, 주식투자 등으로 굴린 돈(운용자금)에서 빌린 돈(조달자금)을 뺀 것으로, 통상 가계 부문의 자금운용액은 자금조달액보다 크다. 자금잉여는 2010년 53조9000억원에서 2014년 93조5000억원까지 꾸준히 늘어왔다. 가계가 소비 쓸 돈을 사용하지 않고 모아뒀다는 것이다.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운용 규모는 226조9000억원으로 55조1000억원 증가했고, 자금조달규모도 127조6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49조3000억원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기관 예치금,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를 중심으로 자금운용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며 "금융기관 차입금도 크게 증가해 자금조달액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기관 예치금은 97조7000억원으로 전년도(67조8000억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차입금은 지난해 125조5000억원으로 2014년(71조1000억원)에 비해 54조4000억원이나 늘었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1.50%로 떨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가계 자금잉여가 최대를 기록한 데는 소득만큼 지출하지 않은 영향이 컸다. 지난해 피용자보수는 693조3000억원으로 전년대비 4.8% 증가했다.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도 1756만5000원으로 전년(1676만9000원)대비 4.7% 늘었다. 문소상 한은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장은 "순저축이 늘어난데다 가계의 실물자산 매각 등으로 수익이 늘고, 정부의 복지예산 지출로 가계소득에 이전된 부분까지 합해져 자금잉여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저축은 늘었다. 자금운용 중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현금 및 예금규모도 106조7120억원으로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단기저축성 예금은 22조5120억원, 장기저축성예금은 20조86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국민계정 통계를 보면 가계의 순저축률은 7.7%로 2000년(8.4%) 이후 15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반면 소비는 부진했다. 통계청의 '2015년 가계동향 자료'에 따르면 평균 소비성향은 71.9%로 지난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낮았다.
한편 기업(비금융법인)은 자금부족 규모가 30조5000억원에서 15조원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공기업의 경영 효율화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직접금융 감소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업들의 자금조달 규모는 107조1000억원으로 2014년(126조8000억원)보다 19조7000억원 줄었다. 자금운용 규모도 92조원으로 2014년보다 4조2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말 현재 총 금융자산은 1경4599조원으로 2014년 말보다 7.7%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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