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히잡 등 튀지 않는 신상품 출시 잇따라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무슬림이 인구 대다수를 차지하는 동남아시아에서 이슬람 패션 열기가 한창 달아오르고 있다. 현지 무슬림 여성들이 우아하고 기발한 이슬람 패션으로 스스로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동남아 온라인 패션 소매업체 잘로라는 지난해 봄 튀지 않으면서 유행의 첨단에 선 '잘리아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후 잘로라는 다달이 신제품 50~60종을 내놓고 있다. 무슬림 패션의 선택폭을 넓혀 무슬림 패션산업 성장에 한몫하고 최신 무슬림 의상에 대한 관심까지 드높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도 일찌감치 동남아 시장에서 히잡(무슬림 여성이 외출할 때 머리와 가슴을 가리도록 입는 옷)을 선보였다. 지난해 7월 동남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유니클로는 지난 1월 싱가포르ㆍ말레이시아ㆍ인도네시아ㆍ태국에서 두 번째 이슬람 패션 컬렉션을 내놓았다.
인도네시아의 건전한 패션산업 발전을 위해 출범한 관련 업체 및 정부 기관 연합체 '인도네시아이슬람패션컨소시엄(IIFC)'은 오는 2020년까지 자국이 이슬람 패션의 메카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힘쓸 계획이다. 이슬람은 동남아 최대 종교다. 게다가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무슬림 인구 보유국이다.
이슬람 패션 시장의 잠재력은 어마어마하다. 2013년 무슬림은 의류에 2660억달러(약 274조5900억원)를 지출했다. 이는 일본ㆍ이탈리아의 패션 매출을 웃도는 규모다. 무슬림의 의류 지출 규모는 오는 2019년 48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편안한 전통 히잡이란 과연 무엇인지, 수수하고 튀지 않는 히잡이란 과연 무엇인지 이견이 분분했다. 사실 무슬림 여성들에게 의상 선택은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옷으로 얼굴을 가리는 게 금지돼 있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들은 외출할 때 히잡과 '아바야(검은 천의 겉옷으로 여성의 몸매를 최대한 숨기는 게 특징)'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이슬람 패션의 대세가 히잡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일률적인 기준은 없다. DKNY, 오스카르 데 라 렌타, 토미 힐피거, 망고, 모니크 륄리에는 중동에서 이슬람 금식 성월(聖月)인 라마단 전후로 '캡슐 컬렉션'을 내놓곤 했다.
캡슐 컬렉션이란 봄ㆍ여름, 가을ㆍ겨울 단위의 기존 컬렉션과 달리 부정기적으로 소량 제품만 발표하는 것이다. 유행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내놓는 한정판인 셈이다.
이탈리아의 명품 패션 브랜드 돌체앤드가바나(D&G)는 지난 1월 패션 사이트 아라비아 스타일닷컴에서 고급 히잡과 아바야 컬렉션을 선보였다. 흑백 컬러 기반에 레이스 장식을 더하고 큰 보석과 선글라스까지 매치시켰다. 떠오르는 명품 시장인 중동의 부유한 고객을 먼저 공략하기 위함이다.
히잡을 쓴 바비 인형 '히자비'.
나이지리아 최대 도시 라고스에서는 '히자비'가 탄생했다. 히자비란 히잡을 쓴 바비 인형이다. 히자비는 온라인 사진 공유 및 소셜네트워킹 서비스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어 3만6000명을 확보해 첨단 패션의 히잡에 대한 뜨거운 관심까지 불러 일으키고 있다.
히자비를 선보인 이는 24세의 현지 의학도 하네파 아담이다. 그는 히자비에게 손수 만든 의상을 입히고 있다.
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는 동남아에서 시작된 이슬람 패션 바람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경우 이슬람 여성들의 사회적ㆍ정치적 시각도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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