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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의 미션 임파서블, 답은 死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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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오래전 '상도'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조선 최고의 거상 임상옥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다.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임상옥은 스승이었던 석숭스님으로부터 인생의 중대한 위기가 닥쳤을 때마다 꺼내는 3가지 세 가지 비책을 받는다. 그 첫번째는 죽을 사(死)였다. 드라마속에서 임상옥은 청나라 상인들의 담합에 맞서서, 청나라에 가져왔던 홍삼을 불살라 버릴 각오를 보여, 청나라 상인들의 항복을 받아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또한 지난주 그랬다.

김 대표는 20일 더민주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신의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안이 거부되자 강력 반발했다. 당시 중앙위원 등은 이른바 칸막이 투표를 통해 중앙위원의 비례대표 순번 추천권이 무력화 된 점, 김 대표의 비례대표 2번 배정, 비례대표 후보자 가운데 일부 인사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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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위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김 대표는 회의장을 나간 뒤 '당무거부', '사퇴 시사' 등에 나섰다. 김 대표가 사퇴라는 사(死)카드를 꺼내자 총선을 20여일 앞둔 더민주는 급하게 움직였다. 당내외 강경파들은 김 대표에 대한 예우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연이어 발표했고,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는 급거 상경해 김 대표를 설득했다. 비대위원들은 김 대표의 집을 찾아가 일괄사의 의사를 밝혔다. 더민주 주요 구성원 모두가 사퇴 카드를 꺼내든 김 대표를 만류하기 총력전에 나섰다.

김 대표는 23일에서야 "고민 끝에 일단 당에 남아야겠다고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중앙위 비례공천 논란과 관련해 "국민의 정체성에 당이 접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직도 우리 더민주는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런 것을 노정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관련해 김 대표는 "모든 힘을 다해 이 당에 기본적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정상화하는데 최대의 노력을 다하기로 결심을 하고 이 당에 남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서슬에 더민주는 일단 고개를 숙인 모양새다.


김 대표는 앞으로 당의 정체성을 바꾸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현재의 정체성으로는 수권정당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당에 복귀하기로 한 날 더민주는 그동안 정의당과 야권연대를 위해 후보자를 내지 않기 위해 비웠뒀던 경기 고양갑(심상정 정의당 대표 지역구)과 경기 안양동안을(정진후 정의당 원내대표 출마지)를 전격적으로 공천 결정을 내렸다. 진보성향의 정의당과의 야권연대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한 행보로밖에 보일 수 없는 대목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 대표의 사퇴논란에 대해 "김 대표가 당에 왔을때 사표 한 장 품에 안고 오지 않고 않았겠냐"고 말했다. 김 대표로서는 지도력에 문제가 생기는 결정적 순간에 사표를 꺼내들어 반전을 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김 대표는 비례대표 공천이라는 난관을 사(死)를 통해 해결했다.


김 대표의 이후 행보는 순탄할까? 김 대표가 손보겠다는 정체성 논란은 계속 논란이 될 전망이다. 당을 대표하는 중앙위에서 당이 지향해야 한다는 지향점과, 김 대표가 가리키는 방향은 서로 달랐다. 외부에서 온 손님격인 김 대표가 당의 성격을 바꾸겠다는 도전에 나선 것이다. 김 대표는 의사라는 비유를 통해 당을 바꾼다고 말한다.일단 현재는 임박한 선거라는 일정, 여당 뿐 아니라 야당과 맞서 싸워야하는 상황 논리 속에서 갈등은 분출되지 않지만 총선 이후에는 갈등이 터질 가능성이 크다. 김 대표는 이 때 어떤 카드를 꺼내들까.


참고로 조선의 거상 임상옥이 꺼내든 두번째 비책은 솥 정(鼎)이었다. 세 개의 다리 어느 것 하나라도 없으면 넘어지는 것이 바로 솥이다. 김 대표나 더민주로서는 진보나 중도, 호남 어느 한 쪽에만 힘을 쏟을 경우 세 다리로 서지 못하고 기우뚱해지거나 넘어지는 솥이 의미하는 바가 크지 않을까.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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