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의 통 큰 투자… 현대기아차 지난해 연구개발비 역대 최고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연구개발(R&D) 투자액이 사상 최대인 3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래기술 선도를 위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연구 개발에 집중 투자를 강조한 결과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2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3조6959억원으로 3조3989억원을 투자했던 2014년보다 3000억원 늘었다.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율도 2.6%로 전년대비 0.1% 포인트 증가했다. 기아차의 연구개발비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1조5235억원을 투자해 전년 대비 2500억원이 증가했다. 연구개발비율도 3%를 넘어섰다.

현대차는 지난해 2조1724억원을 투자해 2014년(2조1289억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다만 연구개발비율은 2.4%에서 2.3%로 감소했다. 이로써 기아차와의 격차는 2014년 8500억원에서 지난해 3500억원으로 줄었다.

현대기아차의 연구개발 투자액은 2010년 처음으로 2조원대를 넘어선 뒤 2011년(2조4722억원), 2012년(2조6238억원), 2013년(3조906억원), 2014년(3조3989억원) 등 매년 증가세를 이어갔다. 꾸준한 연구개발비 증액은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최근 2~3년새 투자액을 집중적으로 늘린 기아차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300만 판매를 넘어서며 매출에서 5% 성장세를 보이는 등 2년 연속 최대실적을 올렸다. 현대차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지난해 매출이 3% 늘어난 것을 비롯해 판매량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꾸준한 기술 개발이 신차 개발까지 순조롭게 이어지며 글로벌 시장에서 선방했다는 게 현대차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해 정몽구 회장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연구개발비로 31조6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통큰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여기에 공장 신증설 등 생산능력 확대와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 정보기술(IT) 인프라 확충 등 시설투자비 49조1000억원을 더하면 총 투자비는 80조에 달한다. 특히 이중 4분의 3이 국내에 집중돼 있어 내수 경기 활성화가 기대되고 있다.

연구개발비 증액에 따른 성과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 2020년까지 친환경차 라인업을 26개까지 늘릴 예정인 가운데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아이오닉과 니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네시스 EQ900에 탑재된 자율주행 기능도 현대차가 연구개발에 역량을 총동원한 결과물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자율주행기술력을 BMW, GM 등과 비슷한 수준인 4단계(고도화된 자동화)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연구개발이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정 회장의 철학이 기술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현대기아차 뿐만 아니라 현대모비스, 현대엠엔소프트, 현대오트론 등 계열사는 물론 부품 협력사들과도 공동 연구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