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이번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박근혜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는 모두 9명이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수석비서관들은 당연하거니와 비서관급 인사들도 대변인이나 춘추관장 등 홍보라인 출신이다 보니 박 대통령을 근접해 수행한 경우가 많았다. 경쟁자들이 대통령과 악수하는 사진 한 장 못 구해 안달인데, 이들은 골라써도 좋을 만큼 '진박 인증샷'이 넘쳐나는 유리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9명 중 6명이 비박계(비박근혜계)와의 경선에서 패했고 1명은 아예 공천 배제됐다. 청와대 출신을 포함해 이른바 '진박 후보'라 불리던 이들의 몰락을 해석하면서 각 인물의 능력을 들이댄다면 우리는 어떤 교훈도 얻을 수 없다. 이들의 실패를 관통하는 무엇인가를 살펴 고민할 계기로 삼는 것은 낙천 인사들의 향후 행보는 물론 현 정부가 민심을 대하는 방식에 발전적 기운을 심어줄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면"이란 말을 자주 한다. 이번에 낙천한 참모들 역시 청와대 근무 때 이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러나 그들이 지역에서 선택받지 못했다는 것은 그들에게 신념으로 내면화 돼 버린 명제, '박근혜정부의 성공이 곧 국민의 성공'이라는 등치를 시민들 상당수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청와대 참모들이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가로막고 있다는 생각의 발로일 수도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여전히 40%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진박 인사들이 낙천한 지역에서 결국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 해석이 맞을 가능성이 더 높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금기시하는 편협함, 대통령의 성공이라는 미명 아래 반대편에 가해온 비이성적 탄압, 정부의 실책을 인정하면 대통령에 대한 불충이 된다고 여기는 이상한 분위기, 한 마디로 요약할 때 박근혜정부의 성공과 국민의 성공이 미묘한 괴리를 노출했을 때 청와대 참모들이 견지했던 태도를 시민들은 심판한 것이다.
진박들의 실패가 새누리당의 정치적 기반이자 텃밭에서 다수 관찰된 것은 이번 총선 결과의 의외성을 예고한다. 유승민 의원을 쫓아내기 위해 벌이고 있는 비겁한 막장 드라마조차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 불가피한 것이라 자위하고 있는가. 그것은 진박의 실패가 던진 교훈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증거일 뿐이며, 그 대가는 박근혜정부 입장에서 가혹한 것일 수 있다. 박근혜정부의 성공이 곧 국민의 성공으로 이어질 지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박근혜정부의 실패는 반드시 국민의 실패로 연결된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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