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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治, 다시 DJ의 말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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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

'김대중 자서전'ㆍ평전 '새벽' 저자 김택근
金대통령 메시지 모아 4년 만에 새책 출간


政治, 다시 DJ의 말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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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진흙탕에서 연꽃을 피우는 게 정치라고 하던데, 제가 진흙탕에 묻혀버릴 까봐 걱정하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제20대 총선 더불어민주당 청년비례 후보인 김현빈 빈컴퍼니 대표를 얼마 전에 만나 "정치한다니 말리는 사람 없었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귀에 익은 표현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론' 때문이다.


"정치인이 백합이어선 안 된다. 현실이라는 구정물에서 피어오른 연꽃이어야 한다."


5년쯤 전에 김택근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61)이 들려줬다. 그는 김 전 대통령에게서 이 말을 직접 들었다.


시작은 2004년 초였다. 김 전 대통령 비서들이 김 전 위원을 서울 인사동 한식당으로 불렀다.


"대통령님이 자서전을 준비하시는데, 김택근 선생을 집필자로 모시고 싶어 하신다"는 게 용건이었다.


김 전 위원은 "대통령 취임일에 맞춰 제가 쓴 칼럼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김대중, 그 이름은 눈물이었다. 그는 늘 꺾였고, 따르는 무리들을 눈물 나게 했다. 대통령 후보, 야당 총재, 국가반란의 수괴, 용공분자…측근들이 둘러칠 인의 장막을 걷어내야 한다. 측근들을 나무라고 경계해야 한다('대통령 김대중'中, 1998년 2월26일자 경향신문 칼럼)."


그는 이후로 약 2년 동안 김 전 대통령의 동교동 자택에서 구술을 받았다.


구술 받기가 끝나고 '김대중 자서전(2010년 7월)'이 나오기까지 4년이 걸렸으니 모두 6년을 '김대중 자서전'에 쏟은 셈이다.


2011년, 그는 또 '김대중 얘기'를 시작했다. 그 해 9월에 만난 김 전 위원은 "'김대중'을 더 잘 보려면 빠져나와야만 했다"고 털어놨다.


"'김대중 자서전'을 쓸 땐 일자일획도 그이의 구술을 벗어나선 안 됐어요. 거기에서 빠져나와 제 목소리로 그려내다 보면 어렴풋이나마 '김대중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듬해 8월 김대중 평전 '새벽'이 발간됐다. 대선을 넉 달 앞둔 때였고 '안철수 바람'이 거셌다.


김 전 위원은 "정치가 원칙과 진정성을 모두 잃은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검증도 안 된 사람이 기성 정치인의 지지율을 쏙쏙 빼가는 현상이 증거라는 거였다.


김 전 대통령은 서거 직전 서민경제 파탄, 민주주의 후퇴, 남북관계 경색이라는 '3대 위기론'을 주장했다.


김 전 위원은 "무기력해진 정치를 틈타 우려가 현실이 돼버렸다"고 진단했다.


4년이 흘렀다. '김대중'과 '호남'은 어지러워졌고 야권은 복잡해졌다.


안철수 의원은 호남에 기대 제1야당인 더민주와 갈라섰다.


갈라서면서 손잡은 이들 다수는 호남 사람이다. 이들은 '호남정치 복원', '제2의 김대중 발굴' 같은 구호를 외친다.


김 전 대통령의 유훈은 '통합'이다.


그의 아들 홍걸씨는 "아버지 이름을 호남 분열과 갈등의 수단으로 삼지 말라"고 탈당파를 비난하며 더민주에 들어갔다.


더민주가 구원투수로 영입한 김종인 대표는 '북한 궤멸'을 말했다. "상황이 변해서 지금은 햇볕정책을 쓸 수 없다"고도 했다.


오는 4월 총선과 내년 대선을 거치며 호남이 어디까지 '분해'될 지 모른다.


그래서 또 '김대중'이다. 김 전 위원은 오는 15일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를 펴낸다.


"기적은 기적적으로 오지 않는다(1998년 일본 국회 연설中)"는 김 전 대통령의 말에서 따온 제목이다.


부제는 '김대중이 남긴 불멸의 유산'이다. 김 전 대통령의 언행을 에세이 형식으로 엮었다.


김 전 위원은 "김대중 없는 세상은 참 빠르게 흘러갔는데, 뒤로 간 게 맞다"고 했다.


'김대중 자서전'이나 '새벽'보다 가벼운 형식이지만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고 현안에 녹아든다.


"전쟁은 전부 40대 이상의 사람만 가라. 나이 먹은 사람들이 자기들은 전쟁에 안 가니까 쉽게 결정해서 젊은 사람들을 죽게 한다. 그러니까 나이 먹은 사람들이 전쟁에 나가서 죽든지 살든지 해야 한다(78쪽)."


"햇볕정책은 참으로 지난한 사업입니다. 용기와 인내가 필요합니다. 정성과 지혜가 필요합니다. 수많은 난관을 헤쳐 나가야만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것이 역사의 순리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인의 바람이고 우리 민족이 사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100쪽)."


김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휠체어를 타고 서울역 근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영정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고개를 떨어뜨리고 울었다.


"서거 소식을 전해 듣고 나는 '내 몸의 반이 무너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왜 그때 그런 표현을 했는지 생각해 봅니다… 나는 노 대통령 생전에 민주주의가 다시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을 보고 아무래도 우리 둘이 나서야 할 때가 머지않아 올 것 같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던 차에 돌아가셨으니 그렇게 말했던 것입니다(28쪽)."


이번엔 죽음 앞에 섰을 때의 기억.


"재판장의 입 모양을 뚫어지게 보았다. 입술이 옆으로 찢어지면 사, 사형이었고, 입술이 앞쪽으로 튀어나오면 무, 무기징역이었다. 입이 나오면 살고, 찢어지면 죽었다. 재판관 문응식(육군소장)의 입이 찢어졌다. '김대중, 사형'(154쪽)."


이희호 여사가 두고두고 되뇔 것 같은 얘기도 있다.


"취침 전에는 아내와 같이 노래를 부른다. 그런지 벌써 반년은 됐다. 아내와 같이 윷놀이해서 세 번 연패해 삼십만 원을 잃었다. 아내가 나(보다) 먼저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내 없는 삶이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198쪽)."


특히 인상적이었던 구절 하나,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하루에는 밤이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전부가 밤이 아니라는 사실이다(1993년 2월 육필메모, 12쪽)."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김택근 지음/메디치미디어/1만3800원

政治, 다시 DJ의 말을 생각하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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