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모드'에도 무릎 꿇은 이세돌
변칙 구사하며 승부 반전시킨 알파고
김성룡 9단 "알파고 1승 어려울 거라 예상한 것, 바둑계의 오판"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두번째 대국에서 2패를 기록했다. 이세돌 9단은 1국과 달리 신중모드로 임했지만 알파고의 공세에 또 무릎을 꿇었다.
10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2국에서 이세돌 9단이 4시간 25분만에 패했다. 이세돌은 치열한 대결을 펼쳤음에도 알파고에게 또 한번 돌을 던졌다.
2국에서는 알파고가 흑, 이 9단이 백을 쥐었다. 이 9단은 전날보다 얼굴 표정이 다소 어두웠고 대국 도중에 커피를 마시며 자세를 자주 고쳐 앉는 등 긴장한 모습이었다.
알파고는 초반부터 변칙수를 쓰면서 공격적인 승부를 펼쳤다. 알파고는 대국 시작 1분30여초만에 3수째에 좌상귀 소목을 차지했고 13수째에 상변에 중국식 포석을 펼쳤다. 알파고는 중간중간 실수를 했지만 승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었다.
해설을 맡은 유창혁 9단은 "알파고가 처음에 정석대로 두지 않았고 중반에 이세돌 9단을 고민스럽게 만드는 수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은 장고를 거듭해 알파고와 30분 가량 시간차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세돌 9단은 주어진 2시간과 초읽기 2회까지 사용했다. 이세돌 9단이 중반까지는 앞섰으나 10집 이상이었던 격차가 초읽기에 접어들면서 7집 이내로 줄었다.
유창혁 9단은 "알파고가 어제는 끝내기에서 실수했지만 오늘은 이세돌 9단보다 강한 모습을 보였다"며 "이세돌 9단도 끝내기 승부를 노렸지만 도저히 쫓아갈 수 없는 형세가 됐다"고 평가했다.
유 9단은 "3국에서는 이세돌 9단이 좀더 초중반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초중반 전투력은 알파고가 강하기 때문에 좀 더 어려운 바둑을 둬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룡 9단은 "바둑 전문가들이 (대국 전) 오판을 했는데 알파고가 한 판이라도 이기는 게 아니라, 인간이 한판이라도 이기면 대성공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알파고에게서) 뚜렷한 패착을 찾을 수 없고, 이세돌 9단은 오늘 커제와의 결승전 느낌으로 임했다"고 평가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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