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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뒷걸음 투자, 기업가정신 어디 갔나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5초

30대 그룹이 올 한해 동안 122조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투자 실적보다 소폭 늘어난 것이지만 속내를 보면 주저주저하는 기업들의 모습이 드러난다. 지난해 투자계획보다는 오히려 줄어 든 것이 그 반증이다. 특히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기술개발(R&D) 투자는 제자리걸음에 그쳐 우리 기업의 도전정신이 실종된 것은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오늘 발표한 30대 그룹의 2016년도 투자계획은 122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집행된 투자규모(116조6000억원)보다 5.2%(6조1000억원)가 늘어났다. 투자를 늘리겠다고 했지만, 속내를 보면 사실상 지난해보다 투자규모가 줄어들었다. 올해 투자계획액은 지난해 내놨던 투자계획(125조9000억원)보다 2.6% 적고 R&D투자는 지난해보다 0.1% 증가에 그쳤다. 새해벽두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중국의 경기둔화와 초저유가 지속,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계속되는 내수침체 등이 기업 심리를 한층 위축시킨 결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30대 그룹의 투자 계획대비 집행률은 92% 수준에 머물렀다.

불황일수록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히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에 나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만 경쟁자의 추격을 따돌리고 미래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R&D를 포함한 투자를 늘리는 게 기본이다. 올해 투입되는 31조원8000억원의 R&D 규모도 적다고는 할 수 없지만 몇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는 수준이어서 아쉽다. 미래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기업의 과감한 도전정신이 약화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국내외 경기 상황이 불투명한 만큼 기업에게 무조건 위험을 감수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업의 도전정신마저 꺾인다면 이 나라에는 미래가 있을 수 없다. 오늘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국을 벌이는 인공지능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의 모회사 구글을 보라. 유튜브, 검색엔진, 안드로이드에서 탄탄한 수익을 올리는 구글이 드론과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등 당장 돈이 안 되는 곳에 투자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미래 먹을거리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미국 기업들이 전기차와 우주여행선 개발 등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건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우리나라에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에 뛰어드는 '퍼스트 펭귄' 이 많이 나와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투자의 걸림돌을 과감하게 제거해야 마땅하지만, 결국은 기업의 용기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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