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소모전은 이제 그만."
장하나와 전인지 측의 감정 싸움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전인지가 지난 1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HSBC위민스챔피언스 출전 차 싱가포르에 입국할 당시 공항 에스컬레이터에서 부상을 당한 게 출발점이다. 장하나의 아버지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가방이 미끄러져 내려갔고, 전인지가 부딪혀 허리를 다치면서 대회 출전을 포기하는 등 파장이 커졌다.
장하나 측은 "모두 7차례 고개를 숙였다"며 "충분히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다"고 주장했지만 전인지 측은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문제는 온라인상에서 "장하나 아버지가 딸의 올림픽 출전을 위해 고의로 사고를 냈다"는 악성 루머까지 나돌고 있다는 대목이다. 일부 언론의 무책임한 속보 경쟁에 팬클럽의 관심이 더해지면서 순식간에 딸의 라이벌을 해코지한 아버지로 낙인이 찍힌 셈이다.
장하나 측에서 "처음부터 이야기가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면서 난색을 표명한 이유다. 장하나가 공교롭게도 HSBC위민스챔피언스에서 우승을 차지해 논란이 확대됐다는 게 아이러니다. 지난달 초 코츠챔피언십 우승 직후 '사무라이 세리머니' 논란을 의식해 이번에는 '댄스 세리머니'를 펼쳤지만 네티즌들에게는 더욱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무리수가 됐다.
당연히 이번 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전인지다. 어이없는 부상으로 지난주 혼다타일랜드 준우승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고, 현지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하는 등 경기력 상실에, 또 금전적인 손해까지 입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얻을 것 하나 없는" 소모전을 이어간다는 것도 의미가 없다. 문제 해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처음에는 단순한 사고였다 해도 전인지의 부상이 커졌다는 점을 감안해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장하나의 직접 사과가 늦었다는 게 아쉽지만 7일 귀국 직후 "인지의 부상이 안타깝고 미안하다"며 "빨리 회복해서 다음 대회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한 건 그나마 다행이다. 전인지 역시 "고의로 그런 것도 아니고 실수로 발생한 일인데 예상 밖으로 일이 너무 커졌다"며 "이 일이 조용히 끝났으면 좋겠고, 빨리 마무리 됐으면 한다"고 했다.
두 선수 모두 한국여자골프를 이끌어갈 튼튼한 기둥이다. 소모적인 논쟁은 좋을 게 하나 없다. 외국선수들에게 알려지면서 웃음거리로 남을 수도 있다. 현재 장하나 소속사 스포티즌과 전인지를 서포트하는 브라이트퓨처의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는 상황이다. 장하나 측은 사과와 위로, 보상을 검토하고, 전인지 측은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름다운 화해는 빠를수록 좋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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