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0개 벤처 천국…정부 규제 완화·투자자 관심 Up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미국에 아마존이 있다면 인도에는 플립카트가 있다. 플립카트 공동 창업자인 사친 반살과 비니 반살은 인도 명문인 델리공과대(IITD) 동문 출신으로 아마존에서 일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2007년 이 전자상거래 회사를 설립했다. 플립카트는 매년 굵직한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인도 스타트업으로는 처음으로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달러를 넘어선 비상장 벤처)이 됐다. 창업 8년만인 지난해 9월에는 기업가치가 152억달러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플립카트에 돈을 댄 이들은 러시아 억만장자 유리 밀너와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 미국 투자사 타이거 글로벌, 모건스탠리 등 다양하다.
플립카트의 성공 스토리는 거대한 소비시장과 인터넷 인구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도 벤처시장의 단면을 보여준다. 인도 소프트웨어 개발협회(NASSCOM)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인도에는 42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등록돼 있다. 이는 미국·영국에 이은 3위다. 지난해 1~9월까지 인도 스타트업들이 유치한 자금은 7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0% 넘게 증가했다.
인도 벤처시장 팽창은 젊은 인재들의 창업 증가, 정부의 정책적 지원, 큰손 투자자들의 인도 시장 관심 확대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인도 스타트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이다. 손 회장은 전세계 12개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는데 인도 기업이 3곳이나 된다. 손정의 회장은 지난 1월 뉴델리에서 열린 '스타트업 인디아' 출범식에 참석해 "21세기는 인도의 것이다. 인도 스타트업의 빅뱅이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작년 한 해에만 인도 스타트업들에 2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그는 지난 2014년 처음 밝힌 '향후 10년간 인도 벤처기업들에 10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란 계획에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손 회장이 출범식에 참가한 '스타트업 인디아'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올해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내건 전략이다. 지난 2014년 취임한 모디 총리는 제조업 육성을 목표로 하는 '메이크 인 인디아'와 함께 '디지털 인디아', '스타트업 인디아'를 통해 인도를 세계 정보기술(IT)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모디 총리는 스타트업 설립 절차 간소화와 같은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과 같은 통 큰 지원책을 내놨다. 이에 따라 인도의 신생 벤처기업들은 3년간 소득세를 면제받고 투자 수익에 대한 면세 혜택을 누리게 된다. 인도 정부는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1000억루피(약 1조7700억원) 규모의 펀드도 조성키로 했다.
인도중앙은행(RBI)도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규제가 심했던 자국 스타트업들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로 했고 투자 수익이 부진할 경우 지분 매각 절차도 간소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더 많은 외국 자금을 인도 벤처 시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다. 자국의 규제를 피해 싱가포르 등 주변국으로 본사나 모기업을 이전한 인도 스타트업들의 유턴 현상도 기대된다.
컨설팅업체 그랜드 쏘튼의 해리쉬 비스웨스와라 파트너는 "정부가 꽤 매력적인 정책을 내놨다. 각종 행정절차가 간소화되면서 기업 활동과 투자자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망했다.
인도가 스타트업 붐을 맞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미국 경제매체 쿼츠는 인도 정부가 벤처기업들에 대한 양적 지원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인도의 높은 젊은층 인구 비중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인프라와 낮은 인터넷 보급률 등이 스타트업들의 성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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