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홍유라 기자] 호남을 잡기 위한 야권의 본격 승부가 시작됐다. '호남맹주' 박지원 의원과 '동교동계 좌장' 권노갑 전 고문의 국민의당 합류로 촉발된 '호남혈투(湖南血鬪)'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략공천과 호남불가론 삭제 등 인물·비전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대표가 야권통합을 제시한 가운데 두 야당의 혈투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일 야권엔 두 가지 큰 사건이 벌어졌다. 하나는 김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이다. 김 대표는 전날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시간이 없다"며 "야권에 다시 한 통합에 동참하자는 제의를 드린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박 의원·권 전 고문의 국민의당 전격 입당이다. 박 의원은 "어떠한 당직도 요구하지 않고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권 전 고문은 동교동계 100여 명과 함께 국민의당에 입당키로 했다.
일단 국민의당의 호남 민심 잡기엔 파란불이 켜졌다. 박 의원은 누구보다 견고한 호남 지지층을 가지고 있다. 박 의원은 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인터뷰에서도 "호남이 발원지가 돼서 총선에 불을 붙이는 촉매 역할도 하고, 야권통합도 주도적으로 해나가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권 전 고문 또한 호남에 지역적 기반을 두는 동교동계의 좌장이다.
최근 호남에서 지지율 하락을 겪으며 부진해온 국민의당에 이들의 입당은 반전 카드가 될 전망이다. 만일 반전에 성공한다면, 호남은 물론 수도권 선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 행보에 맞불을 놓는 더민주도 만만치 않다. 더민주에선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교수를 당 국민통합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김 교수는 "호남 지지층 결집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구체적인 호남 지지층 결집 방안에 대해서도 향후 발표할 계획이다.
호남 공략을 위한 전략공천은 마무리 국면이다. 김성곤 전략공천위원장은 "광주 북구갑과 서구을을 정리하면 광주에 더 이상의 전략은 없을 것 같다"며 "수도권과 경기지역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지역구인 광주 서구을엔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가 전략공천됐다. 광주 북구갑엔 김 교수의 전략공천을 염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 대표는 광주선언을 통해 "호남불가론은 사라진 용어가 될 것"이라며 호남의 대권주자 육성 등을 약속했다.
이같은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혈투는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3월 1주차 주중집계(2월29일·3월2일, 1006명, 응답률 5.1%,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3.1%p)'에 따르면 호남에서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오차범위 내 접전 중이다. 더민주는 33.7%였고, 국민의당은 33.4%를 기록했다. 호남에서 더민주가 국민의당에 앞선 것은 지난해 12월 4주차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이 밖 설문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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