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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기록 남긴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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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테러방지법 본회의 표결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9일만에 끝을 맺을 예정이다. 세계 의회 역사상 최장 기록을 세운 이번 무제한 토론은 한국 의정사의 새로운 획을 그었다. 하지만 테러방지법 저지라는 당초 무제한 토론의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다.


테러방지법 무제한 토론은 2일 14시 기준으로 186시간째 기록 중이다. 지난달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가비상사태'라는 이유를 들어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하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국회선진화법에 담긴 무제한 토론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의 마지막 토론을 끝으로 마치는 이번 무제한 토론은 이전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이었던 2011년 캐나다 새민주당(NDP)의 58시간 기록을 무려 3배나 뛰어넘었다.

이번 무제한 토론은 한국 의회정치의 종전 기록 상당수를 경신했다. 지난달 23일 오후 7시6분 첫 무제한토론자로 나섰던 김광진 더민주 의원은 연단에 올라 5시간32분간 연설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5시간19분을 연설기록을 뛰어넘었다.


역대 최장발언 기록도 연달아 갈아치웠다. 과거 최장 발언 기록은 1969년 박한상 신민당 의원이 세운 10시간15분이었다. 은수미 더민주 의원은 지난달 24일 10시간18분동안 발언해 기록을 갱신했다. 하지만 이 기록은 얼마 이어지지 않았다. 정청래 더민주 의원이 지난달 27일 11시간39분 발언을 이어가 최장발언 시간을 경신했다.

한 차례의 본회의로는 사상 최장 시간이다 보니 본회의 기록 역시 책으로 여러권이 될 수 있을 정도인 1000쪽을 훌쩍 넘길 예정이다. 전무후무할 이번 본회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65명의 속기사들은 살인적인 근무를 소화해야 했다.


총선을 앞두고 야권 3당이 공조를 나선 것도 눈여겨 볼 점이다. 총 38명의 토론자 가운데 더민주 28명(탈당 선언한 전정희 의원 포함), 국민의당 5명, 정의당 5명이 나섰다.


토론에 나선 의원들도 스타가 됐다. 토론에 참여한 의원들의 후원회에는 후원금이 속속 답지했을 뿐 아니라 의원들의 과거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경력 등 개인사도 주목받았다. 뿐만 아니라 총선 등을 앞두고 의원들의 정치행보에 있어서도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가령 강기정 더민주 의원은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소식을 들은 날 무제한 토론에 나서게 된 사연이 알려지기도 했다. 내부적으로 다음 총선 불출마로 입장을 정리했던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토론 직후 계좌에 후원금이 답지하자 총선 불출마를 서둘러 발표하기도 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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