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호남에선 '광주선언' 당내에선 '공천파장'

[아시아경제 홍유라 기자]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대표는 25일 햇볕정책 진일보·호남 대선주자 발굴을 뼈대로 하는 '광주선언'을 발표했다. 총선을 앞두고 호남민심 잡기에 전력투구하는 모양새다. 다만, 더민주의 정체성을 관통하는 햇볕정책의 재검토를 언급했단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시의회에서 광주선언이라는 이름으로 "북한이 핵을 갖지 않았던 시점의 '햇볕정책'은 유효한 대북정책이었다"면서도 "북한이 핵을 보유한 지금 대북정책은 진일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더민주의 뿌리가 되는 햇볕정책의 공을 인정하되, 추후 변화는 필요하단 의미로 해석된다.

김 대표는 선언을 통해 호남의 대표 정치인 육성 의지도 밝혔다. 김 대표는 "이제 더민주에서 '호남불가론'은 사라진 용어가 될 것"이라며 호남 민심의 지지를 강력히 호소했다. 반문(反文) 정서가 만연한 호남에서 새로운 대선주자급 정치인을 발굴·육성하겠단 뜻이다.

그는 "호남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 "호남의 참신하고 유능한 정치인들이 역동적이고 포용력 있는 대권 주자로 성장할 것이고, 이들이 차세대 지도자가 되어 제2, 3의 김대중으로 자라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또한 당의 이름으로 광주에 사죄했다. 그는 "무능과 부패, 온정주의에 기대어 광주 시민들에게 실망을 주었다"며 "깊게 성찰하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달 31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 앞에 무릎을 꿇고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참여전력에 대해 사죄한 바 있다.

현재 더민주를 향한 호남민심은 녹록치 않다. 정장선 더민주 총선기획단장은 이날 'PBC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호남에선 굉장히 어려움이 있다"고 진단했다. 정 단장은 "(호남 의석) 전체 확보는 오만한 생각이고, 어려움이 있지만 최선을 다해서 절반 이상 얻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공천심사 등을 앞두고 당내 분위기는 어수선한 상태다. 전날 공개된 1차 컷오프 명단으로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하위 20% 컷오프 대상자에 포함된 이들(문희상·신계륜·노영민·유인태·송호창·전정희·김현·백군기·임수경·홍의락 의원) 중 전 의원과 김 의원은 이의신청을 하겠단 입장이다. 홍 의원은 "당이 대구를 버렸다"며 이날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추후 진행될 2~3차 컷오프에 대한 공포감도 만만치 않다.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여론조사 등을 통해 3선 이상 중진 의원 50%, 초·재선 의원 30%를 정밀 심사키로 예고한 상황이다. 이에 4선 의원인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는 이날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 전화인터뷰에서 "(1차 컷오프가) 일차적 공정성을 갖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앞으로 할 공천 문제는 사실 일차적 공정성보단 정치권이 갖고 있는 포괄적인 평가와 판단이 중요한 것 아닌가"라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한편, 더민주의 공천면접이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시작됐다. 첫 면접 대상자는 복수 공천신청 지역 중 현역의원이 없는 17곳의 후보자 43명이다. 지역별로 대전, 충남, 충북, 강원, 부산, 울산, 경남, 제주, 인천 등 9개 광역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