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혐오·조롱·상품화하는 방송, 인터넷, 책들의 범람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여성혐오는 극우성향 온라인커뮤니티 일간베트스저장소(이하 일베)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김치녀'를 시작으로 여성을 희롱하고 비하하는 '여혐' 인터넷 게시물들은 여전히 넘쳐나고 있다.
남성 회원이 많은 한 주식 정보 커뮤니티에서는 여성을 지칭할 때 'X지', '김치녀' 등 직설적인 표현을 쓴다.
이에대해 여성이용자인 이모씨는 "일베의 그늘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았지만 상황이 심각하다"며 "여성유저가 성기를 보여줄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성매매 이야기와 강간, 페이스북 여성사진 무단게재등 신고를 해도 크게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 너무 퇴폐적이고 여성혐오가 도를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한 유명강사의 영어단어책은 쉬운 암기비법을 위해 제공한 예문에서 여성을 희롱하고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됐다. 이 책은 토익·토플 등 어학시험 및 공무원·편입 시험 대비용으로 판매 중이다.
해당 책에서 reckless를 표현하는 예문에는 "저 유부남에게 내가 끌리쓰(끌렸어)" "무모하고 앞뒤를 가리지 않는 사 랑을 하는 처녀를 연상"이라는 표현을 썼다.
indignant는 "인디안 그년" missgiving은 "miss인 처녀가 순결을 주면서 남자친구가 나중에 배반하면 어떡하나하고 걱정하고 의심하는 모습"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pinioned는 "대마초 핀 년들이 줄에 매여 경찰서로 끌려가는 모습"등으로 설명했다.
해당 저자는 "누군가를 혐오하거나 상처주려는 목적은 없었다"고 반박했지만 논란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남성잡지 '맥심'은 지난해 9월 여성을 납치·살해하는 모습 을 암시하는 화보를 실었다가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하지만 그 후에도 필리핀 성매매 르포나 소녀를 성 노예로 만드는 게임 리뷰를 실어 비난받았다.
방송 역시 여성의 상품화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10일 방송된 KBS '본분 금메달'은 여자아이돌들의 '비주얼 유지 테스트', '정직성 테스트' '분노조절 테스트'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방송에서 여자 아이돌의 본분은 '정직'이라며 몸무게를 재 프로필상의 몸무게와 오차를 비교했다. 또 '언제나 예뻐 보여야 한다'며 바퀴벌레 모형을 갑자기 던졌다.
이에 대해 여성민우회는 "'본분 금메달'은 여자 아이돌의 본분이 예쁘고, 날씬해야 하며, 늘 리액션을 잘 해줘야 하고, 화를 내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여성은 예쁘고 날씬하고 친절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고 비판했다.
연일 화제의 중심에 놓인 Mnet '프로듀스 101'도 마찬가지다. 연습생 소녀들은 애교를 부려야 하고, 대중에게 가창력, 댄스를 비롯해 외모, 태도, 성형수술 여부까지 평가받아야한다. 몰래카메라로 울음을 터뜨리게 하는 등 어린 소녀들에게 과도한 감정노동을 요구하기도 한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